장모님과 티키타카
아내가 출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데 얼굴이 초췌하다. 지난밤에 수면제를 먹는다는 게 마약 성분이 포함된 식욕억제제를 먹어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오후에는 내 일정과 맞지 않아 아내 혼자 처가에 가기로 했는데 걱정이다. 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밝은 대낮에 몇 시간을 자더라도 쉽게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그 상태로 운전을 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난달에 예매한 공연을 취소하고 재바르게 떠날 채비를 했다. 처가에 가는 길,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피곤할 텐데 연신 종알댔다. 예상 못 한 남편의 대리운전이 아내의 기분을 좋아지게 했나 보다. 맑은 가을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피었고 평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막힘없이 뻥 뚫려 있었다.
처가에 아내와 같이 들어서니 장모님이 반기시며 물으셨다.
"집은 어떻게 하고 둘이 같이 왔냐?"
"집은 팔고 왔어요" 하고 농담을 했더니
"집값은 잘 받았냐"라고 농담으로 받아 주셨다.
저녁을 먹고 아내는 산책하러 갔다. 장모님께서 아내를 찾길래
"제가 책임지고 찾아오겠다"고 했더니
"꼬~옥 찾아오라"고 하셨다.
구순을 바라보는 장모님과 나누는 티키타카가 좋다.
밤새 아내는 심하게 코를 골았다. 장모님의 코 고는 소리와 합쳐져서 스테레오로 들렸다. 하지만 운전을 해서 피곤했는지, 처가에 와서 마음이 평안했는지 나는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