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네이밍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라고 했다. 이름은 꽃이 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요즘에는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해남군의 유기농 김 브랜드는 '땅끝햇살남김'이다. 땅끝마을의 청정 햇살이 가득 담긴 건강한 김이 연상된다. 당장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브랜딩을 참 잘했다.
관광 사업을 활성화시킬 의도로 지명을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국유사면, 김삿갓면, 한반도면, 호미곶면… 등이 있다. '삼국유사면' 하면 금방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김삿갓면'하면 방랑 시인 김방연(김삿갓) 떠오른다. 바뀐 지명을 보면 직관적으로 관련된 유래가 생각나니 또한 훌륭한 브랜드라고 생각이 든다.
연관성도 높지 않은데 억지로 네이밍 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숲'이 유명 해지자 근처에 있는 아파트의 이름이 모두 바뀌었다. 아파트 이름 앞에 '서울숲'을 넣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제는 서울숲에서 도보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아파트에서도 서울숲을 넣은 이름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내실은 다지지 않고 겉모양만 보기 좋게 바꾸려는 현대인의 심성을 보는 듯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나의 이름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 나의 꽃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