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의 꽃, 환상적인 노르웨이 피오르를 만나다
작년 늦은 여름 삼십 년 근속 기념으로 북유럽을 다녀왔다. 인구 천 만명인 스웨덴을 제외하면, 5~600만 명 남짓한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행복지수가 부러웠다. 오랜 기간 업무 스트레스로 지친 나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삶의 태도가 도움이 될 듯했다. 그리고 북유럽의 장엄한 대자연의 풍광을 보고 싶었다.
러시아와 북유럽 4개국을 열흘이 넘게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노르웨이에서의 여행이 제일 많이 생각이 난다. 여행이 절반가량 지날 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에 들어섰다. 오슬로 시청사와 시내를 관광한 후 4시간 이상을 달려 오따(Otta)의 호텔에 도착하였다.
다음 날 아침, 구운 감자와 훈제 연어 그리고 신선한 야채, 과일로 식사를 했다. 식당이 2층에 있었으나 호텔이 높은 산 위에 위치하여 식사 내내 푸른 하늘, 녹색으로 누워있는 산들과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듯한 침엽수림을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창밖으로 눈길을 주면 돌아오는데 한참이나 걸린다. 뻥 뚤린 자연을 보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달스니바는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 있는 해발 1,476M의 높은 산이다. 산 정상에는 노르웨이의 자랑인 피오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달스니바 전망대’가 있다.
달스니바 전망대로 가는 관광버스는 작은 마을인 롬(Rom)에 잠시 정차하였다. 바이킹이 만든 900년 된 목조 교회를 보기 위해서이다. 노르웨이는 북쪽(Nor)으로 가는 길(Way)이라는 뜻이며 노르만은 북쪽 사람이라는 프랑스 말이다. 바이킹은 9~11세기에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을 습격하고 약탈을 하여 유럽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해적이었던 바이킹들은 교회에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해진다.
롬을 떠난 버스는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골든 루트’라 불리는 63번 국도를 따라 달스니바를 향해 달려간다. 길가에 드문드문 풀이 자라는 지붕이 보인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겨울이 길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지붕에 흙을 덮고 잔디를 자라게 하였다.”고 한다.
요정이 다녔을 법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힘겹게 버스가 오른다. 빙하호수를 지나고 아슬아슬하게 교행을 하면서 드디어 달스니바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달스니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노르웨이 3대 피오르 중 하나이다. 웅장하고 장대한 풍경에 할 말을 잃고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멋진 모습에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피오르(Fjord)는 ‘내륙 깊이 들어 온 만’이라는 노르웨이 말이다. 100만년 전 빙하가 깎아 만든 협곡에 바닷물이 들어서서 만들어진 좁고 기다란 만을 뜻한다. 피오르 중 가장 긴 곳은 200Km나 되어 서울에서 대전 거리보다 길다. 수심이 깊은 곳은 1,300M나 된다. 동해의 평균 수심이 1,361M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바다가 산으로 들어 왔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흠뻑 취하다가 전망대 가장자리에 있는 기념품 샵에 들렀다. 가게 입구에는 트롤(Troll)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이방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 속의 괴물인데 피노키오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코와 통통한 배, 긴 꼬리, 체구에 비해 큰 발을 가지고 있었다. 오른손에 긴 나무 작대기를 들고 서 있는데 달스니바의 비경을 지키는 듯 했다.
달스니바 산 밑에는 아담한 게이랑에르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피오르를 건너기 위해 유람선을 탄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헬레실트까지는 약 20Km이고 한 시간쯤 걸릴 예정입니다.” 유람선에서 한국어로 안내 방송을 해주고 있었다.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출발을 하고 십 여분이 지나자 까마득히 높은 절벽에서 하얀 폭포수가 연이어 흘러내린다. 칠자매 폭포이다.
반대편에는 구혼자 폭포가 있는데 폭포수가 떨어지다가 중간에 바위에 부딪힌 후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쏟아진다. 마치 그 모습이 술병을 닮았다. 이 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마을의 어느 청년이 일곱 자매에게 각각 청혼을 하였으나 모두 술에 빠져 있어 청혼을 거절하였다. 상심한 청년은 일곱 자매에게 바칠 술병의 모습으로 변해 폭포가 되어 버렸다.”
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폭포가 유람선 좌우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초록의 산과 절벽 사이로 피오르가 지나간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피오르는 조용하면서 장엄해 보였다. 반면에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피오르는 야생마처럼 힘이 넘치고 격렬했다.
시인 바이런은 피오르를 “땅과 바다가 아름답게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 게이랑에르 피오르에는 아름다운 바다,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폭포,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북유럽 여행 마지막 밤, 아내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인지를 이야기하다가 동시에 외친 곳이 달스니바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웅장한 피오르의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더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요즘. 지난 북유럽 여행은 우리 부부의 훌륭한 선택이었고 우리 부부에게 멋진 선물이 되었다.
언제 그런 날이 또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