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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전망 좋은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by 이래춘

예전에 아내가 아파트 고층으로 이사 가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탐탁지가 않았다. 그때도 이미 고층이라 할 수 있는 9층에 살고 있었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단지 더 높은 층으로 이사 간다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고층의 전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한 번만 가서 보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와 고층 집에 갔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전망이 너무나 달랐다. 9층 집이 동산에서 내려다보는 소소한 전망이라면, 고층 집은 북한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발코니에 서면 남산과 관악산 그리고 한강이 보였다.


그래서 지금 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훌륭한 전망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고층으로 이사하길 정말 잘했다고 몇 번이나 아내랑 얘길 했다.


갑자기 천장에 부착된 스피커가 지직 거린다.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방송을 한다

"주민 여러분, 일 년 전부터 추진해 온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드디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공사기간 동안 많은 불편이 예상되지만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한 달 동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

전망 좋은 우리 집은 18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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