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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내가 하는 욕은 내가 가장 많이 듣는다

욕하지 말자

by 이래춘

야구를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야구를 직접 하는 것보다 야구 경기 관람을 좋아한다. 서울을 지역 연고로 하는 LG 트윈스 야구단의 오랜 팬이다.

어느 스포츠이든 한 팀이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 우승 팀인 LG 트윈스의 승률이 61%이다. 54번의 게임에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현재 관람하고 있는 경기가 승리하길 바라며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 야구 경기는 보통 3~4시간 동안 경기를 한다. 오랜 시간 응원을 했는데 승리하지 못할 경우, 더욱이 이기고 있다가 9회 말에 역전패를 당할 경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황망하고 슬프고 급기야 화가 많이 난다. 그럼 나도 모르게 경기를 이기지 못한 선수와 감독에게 분풀이를 하느라 육두문자를 쓰게 된다.


어느 날 아내가 야구를 계속 보면 내 성격이 이상하게 바뀔 것 같다면 더 이상 보지 말라고 했다. 야구를 보면서 욕을 하면 TV 속에 있는 야구 선수가 듣는 게 아니라 욕하는 내가 듣게 되고 옆에 있는 아내가 듣게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야구가 설령 지더라도 선수나 감독이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며 분한 마음을 달래려 애쓰나 너무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수양이 덜 된 탓이다.


친구들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좋아 자주 찾는 식당이었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일행들의 요구 사항을 바로바로 종업원이 응대를 해주지 못했다. 메뉴판도 늦게 갖다주고, 물을 달라고 해도 가져다주지도 않고, 주문한 술이 아닌 다른 종류의 술을 갖다주고, 불판도 제때 교체도 안 해주고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들 식당의 불친절에 언짢은 마음이었지만 오랜만의 친구 모임이라 좋은 분위기로 끌고 가려고 서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한 친구만 달랐다. 학교 다닐 때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다고 '주둥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친구는 식사도 제대로 안 하며 시종 구시렁거렸다. 한대 쥐 박고 싶을 정도로 줄기차게 식당의 불친절에 대해서 중얼거렸다. 친구들은 처음에는 주둥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나중에는 아예 듣는 척도 안 했다.


주둥이는 아직 자신이 하는 욕은 자신이 가장 많이 듣는다는 걸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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