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스미싱을 당했다.
"음식물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가 접수되여 과태료가 부가되었습니다. buly.kr/FsG1u5v [민원24]"
평소 같으면 문자를 무시하고 바로 삭제했을 텐데, 그날은 스팸을 걸러 주는 앱 'whoscall'을 과신했고 [민원24]는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라 무심결에 링크를 눌렀다. 착하게도 개인정보를 꼬박꼬박 입력을 했다. 어느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링크된 사이트를 빠져나왔는데 이미 늦어 버렸다.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하니 조치사항을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매뉴얼대로 10개가 넘는 사항을 처리하느라 고생을 했다. 바로 신고를 하고 조치를 해서인지 금전적인 피해는 보지 않았다.
아침에 우체국 기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Web발신]
소포우편물 6096_3827_20486를 오늘 배달예정입니다. 세종우체국 심00
010-4536-XXXX"
소포가 올 게 없는데 이상했다. 더구나 세종 우체국에서 서울까지 배달을 하겠다는 것도 이상했다. 우체국 기사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스미싱에 당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되어 그만두었다.
오후에 또 문자가 왔다. 집요한 놈들이다. 열정은 인정해 준다.
"[Web발신]
젝시믹스님이 발송한 소포우편물 6096_3827_2048X이 비대면 배달되었습니다. 우체국"]
누군지도 모르는 '젝시믹스'가 소포를 보낼 이도 만무인데 혹시나 해서 현관문을 열어 보니 소포가 없다. 방에 들어와 책을 보다가 우체국 소포는 문 앞 배달이 아니라 1층 우편함까지 배달해 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갔다. 역시나 우편함은 텅 비어 있었다. 또 스미싱에 당한 걸까,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당할 순 없었다.
우체국 앱에 로그인을 했다. '받는 우편물'을 검색하니 역시 없었다. 이번에는 송장번호로 조회를 했다. 배송정보가 떴다. 안양에서 젝시믹스가 세종에 사는 이X규한테 실제 이루어진 배송이었다. 문자를 보낸 우체국 기사에게 따지려다가 말았다. 발송인이 수신인의 전화번호를 잘못 써서 벌어진 일이라 기사는 잘못이 없을 것이다.
잠깐 놀랬지만 피해본 것도 없고, 어떤 일이었는지 전말을 알게 되니 마음이 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