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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 말하지 말아라

착한 일 하나

by 이래춘

시나 음악을 좋아한다. 길을 걷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좋은 시나 음악을 만나면 귀한 보석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몇 년 전 일이다. 오랜만에 송정제방을 찾았다. 길가에 못 보던 시 조형물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시가 아름다운 조형물에 담겼다. 어느 조형물에 적힌 시를 읽는데 이해가 안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오타였다. 아름다운 시를 망쳐놓았다.



제목도 틀리고 내용도 여러 군데 잘못되었다.


(잘못된 부분 )
1. 시 제목 : 꽃 ☞
2. 첫 번째 줄: 길던 아스팔트 ☞ 걷던 아스팔트 깨
3. 세 번째 줄:꺠진 틈은~☞ 깨진 틈은


구청 온라인 민원게시판에 올렸더니 일주일 안에 고쳐놓겠다고 답변이 올라왔다. 왠지 좋은 시 하나 살린 기분이었다.


보름 정도가 지나고 송정제방을 다시 걷게 되었다. 잘못된 조형물이 개선되었는지 궁금했다.



깔끔하고 예쁘게 새로 만들어 놓았다. 기분이 좋았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조동화 시인은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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