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아내는 해결사

by 이래춘

세상 일이 햇빛이 있으면 당연히 어둠이 있는 법. 세월은 흘러가며 내게 빛나는 추억을 선사했지만 기억력을 뺏어 갔다. 젊은 시절에는 몇 페이지가 되는 길고 긴 시를 줄줄 외웠었는데 지금은 돌아서면 머릿속이 하얗다. 그래서 기록을 한다. 문제는 기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니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매일 아침 병원에서 처방받은 비타민 등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 가끔 영양제를 먹었는지 헷갈려서 아내에게 물어보지만 아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식탁으로 아내가 불렀다. 영양제 약포지藥包紙에 적힌 일련번호를 보여 주면서 이번 달 날짜에 맞추어 놓았다고 했다. 오늘은 5일이니 일련번호 5가 적힌 약표지를 건네주었다. 이젠 영양제를 먹었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늘 날짜가 적힌 약표지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아내가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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