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
지난 출산일기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미연이가 제왕절개 수술 후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 있을 때였는데 수액 호스에 큰 기포 생겨서 미연이의 혈관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또 간호사선생님께 뛰어가 말씀드렸고 ‘이 정도는 혈액에 흡수되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하시며 친절히 기포를 빼 주셨다. 그리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15ml 정도까지는 흡수되어도 큰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수술 시작 시간으로부터 12시간 동안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 섭취가 제한되었다. 제왕절개 수술도 맹장 수술처럼 방귀를 뀌고 미음부터 먹어본 후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기에 미연이는 수술 후 병실로 돌아와 목마름과 배고픔에 힘들어했다. 수술 전 12시간부터 금식했기 때문에 만 24시간의 금식이었다. 내일 아침까지 방귀를 뀌어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며 젖은 손수건으로 입술을 닦아주고 있던 순간 ‘오빠 힘없는 방구를 뀐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후 배고파하며 몇 번의 방귀를 뀌고 아침엔 미음을 점심부터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미역국을 너무 많이 먹어서 좀 지겨워진다고 했지만 그날 점심의 미역국은 최고였다고 했다.
산후조리원에서의 일주일을 보내며 쭈꾸미 언어를 익히고 있다.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울음, 배고프다는 입모양, 안아달라는 표정을 조금 알겠다. 어제 육아 관련 책을 조금 읽었는데 아이 입장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은 종일 안아주는 것도 아니고 늘 지켜보며 작은 반응에도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감정이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해하여 아이가 능동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아이의 몸짓이나 울음에 여유를 두고 지켜보며 작은 차이를 보는 능력을 키워 정확히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미연이에게 산후조리원에서 일주일 동안 푹 쉬었는지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여 이유를 물어보았다. 모유 직접수유와 유축이 반복되니 번거롭고 또 양이 원하는 만큼 바로바로 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미연이의 건강에 대해 물어보니 수술부위는 차츰 괜찮아지는 것 같고 몸무게도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인지 감기에 걸려 힘들고 손목 통증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 조심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 다른 아쉬움은 없는 일주일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쭈꾸미의 움직임에 대하여 “쭈꿈쭈꿈”이라는 의태어를 사용한다. 누가 먼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지만 침대에 누워서 쭈꿈쭈꿈 하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신생아는 참 많이 자서, 무언가 요구하지 않는 움직임을 볼 기회가 별로 없지만 가끔 엄마 아빠를 위해서 만세와 다리 쭉쭉 펴기를 보여주며 미소 지을 때도 있다.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 발뒤꿈치, 복숭아뼈 등 너무 귀여워서 보고 만지는 재미가 있다. 미연이는 직접수유를 하며 발과 다리를 잔뜩 만진다고 하는데 나는 안고 분유를 먹이거나 잠든 동안 조금씩 만져본다. 아기 살은 부드럽고 그 작은 손톱과 발톱과 주름이 다 있는 게 참 신기하다. 발바닥을 만져도 잘 자는데 몇 살 때부터 발바닥에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연이에게 쭈꾸미가 똑똑함과 예쁨 중 한 가지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졌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똑똑함을 골랐는데 그 이유가 지금 외모로 보아 중간이상은 될 것 같아서 똑똑함을 골랐다고 말했다. 역시 이런 부분에서도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 사실 미연이는 꼼꼼히 따져 합리적인 물품을 구매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의 육아 용품들은 대체로 미연이의 비교평가와 검수를 거쳐 방에 하나씩 준비되기 시작했는데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이기에 늘 고맙다. 아이 피부가 닿을 것들은 미리 적합한 세제를 사용하여 세탁건조 되었으며 적절한 수납공간에 잘 보관되어 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출발 1주일 전에 케리어에 모든 짐이 준비완료 되어 있을 만큼 준비성이 철저하다. 이제 한 주 반 정도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 함께 쭈꾸미를 돌보게 될 텐데 우리는 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많아 육아에 걱정이 없다.
어제는 쭈꾸미의 1차 신생아검사와 BCG접종 그리고 미연이의 수술부위 실밥 제거를 위하여 병원에 갔다. 처음 퇴원하여 조리원으로 올 때는 긴장과 미숙함이 가득했다면, 두 번 째라서인지 바구니카시트를 여유롭게 장착하고 조리원에서 챙겨준 기저귀 분유 가방을 챙겨서 병원으로 출발했다. 놀랍게도 쭈꾸미는 오며 가며 차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다. BCG접종은 피부로 흡수되는 백신이라 이두와 삼두 사이(?)에 바른 후 10분 동안 병원에서 대기하여야 했는데, 내 손가락을 잡고 편안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천사 같았다. 이 날 쭈꾸미 어깨의 몽고반점을 처음 보았다. 미연이의 실밥 제거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밥이 언제 제거되었는지도 모르게 진료가 끝났으며 이제 1달 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에 방문하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를 담당해 주신 산부인과 원장선생님은 미연이에게 또 나에게 신뢰를 주며 쭈꾸미의 무탈한 출산에 큰 도움을 주셨다. 매번의 진료 때마다 친절함을 잃지 않으셨으며 미연의 의견을 존중함과 동시에 필요할 때에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셨다. 마지막 진료 때에는 작은 감사편지와 선물을 전하고 싶다.
요즘의 우리는 새로운 성공을 반복하고 있다. 처음 수유에 성공하고, 기저귀갈기에 성공하고 어제는 대변 기저귀도 갈고 씻기는 법도 배웠다. 미연이가 쭈꾸미를 돌보는 모습이 점점 능숙해지고 있고, 앞서 이야기했듯 쭈꾸미의 언어에 대한 배움도 함께 더해가고 있다. 나는 근력이 되기에 쭈꾸미를 한 손으로 들 수 있고 관절에 부담이 없는데 미연이가 혼자 쭈꾸미를 챙길 때 힘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다행히 조리원에서는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있고, 또 조리원 퇴소와 나의 방학이 같아 함께 2주간 있을 것이며 이후에는 산후도우미 선생님과 또 2주간 함께 할 것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미연이에게 “아빠가 딸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어?”라고 물었다. 내가 쭈꾸미에게 해주어야 할 일이겠다. 미연이는
“따뜻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
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쭈꾸미에게 아빠로서 꼭 하고 싶은 것과 같았다.
그리고 쭈꾸미를 키우며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면 어떻게 지도할 거냐 물어보니,
“아빠한테 토스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따뜻한 지지자와 필요한 훈육을 함께 하라니 모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뜻한 지지를 받는 사람으로부터의 훈육만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빠가 되며 나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