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쭈꾸미

권지은(240624-4******)

by 노거팽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온 지 두 주가 지났다. 처음 산후조리원을 나올 때에는 많이 무서웠지만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인지 우리는 나름의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가고 있다.


우리가 있었던 산후조리원은 남편은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었고 산모는 외출증을 쓰고 외출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주에는 외식을 하러 나가기로 하였고, 근처에 살고 있는 처제에게 연락하여 셋이서 횟집을 갔다. 모자동실을 하고 저녁 8시가 넘어 출발하여 9시에 횟집에 도착하였는데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라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소주를 기본으로 하여 안주로 회, 매운탕을 먹고 있던 다른 테이블과 달리 우리는 광어, 우럭 3인 을 시키고 회와 반찬들, 매운탕과 공깃밥을 먹었다. 임신기간 동안 회를 먹지 못해서 미연이가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내가 제일 잘 먹었던 것 같다.


산후조리원에서 남편 저녁식사를 추가하여 먹기도 했었지만 나는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근처 두부백반집이나 중국집에서 자주 밥을 먹었다. 또 인터넷으로 주변 맛집을 검색하여 포장해서 조리원에 들어가 저녁을 함께 먹기도 하였다. ’ 팥선생‘이라는 팥죽, 호박죽, 팥빙수를 파는 집에서 죽을 포장 해서 먹은 것도 맛있었고, 꿔바로우와 마라탕을 포장하여 조리원밥과 함께 먹기도 했었다. 이렇게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밤에 푹 자는 시간이 마지막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처음 집으로 오는 날, 미리미리 짐을 정리한 미연이 덕분에 우리는 시간 맞춰 쭈꾸미를 데리고 나왔다. 조금 긴장하기도,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도 있었지만 이제 우리가 온전히 쭈꾸미를 잘 돌보고 키우리라는 마음의 준비도 한 뒤였다. 미연이 역시 설레기도 하며 비슷한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우리 셋이서 진정한 가족으로 출발하는 느낌이라 특별하기도 했었다고. 그리고 그렇게 수유와 기저귀갈기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다른 신생아의 똥은 어떤지 모르지만, 쭈꾸미의 똥 냄새는 시큼하고 황금빛이다. 온라인에 찾아보니 모유를 잘 먹은 아이들은 그렇다고 한다. 이제는 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약간 긴장하고 겁나기도 했었다. 세 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고 분유도 보충하고 또 기저귀도 갈다 보니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아침을 먹으려 보면 11시가 되었고 저녁을 먹으려 하면 밤 12시가 가까워졌다. 며칠을 보내며 쭈꾸미와 함께하는 일상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알 수 없는 울음에 당황하기도 했다. 미연이는 이 친구가 왜 자꾸 우는지, 불편하고 답답한 것이 있을 텐데 말을 못 하니 어떻게 해결해 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면 될 것이고, 혹시 감당하기 어려운 울음이 있으면 병원으로 데려가면 되지 하며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집으로 온 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손수 미역국과 생선구이, 계란말이를 하셔서 가져다주셨다. 아버님께서 쭈꾸미를 처음 실제로 만난 날인데 많이 예뻐해 주시고 가셨다. 돌아가시는 길에 가슴 벅찬 느낌이 드셨다고, 또 미연이 아기 때를 생각하셨는지 어머님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드셨다고 하셨다. 딸이 출산을 하고 또 엄마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막 아빠가 된 느낌도 얼떨떨한 나에겐 너무 먼 감정이려나. 살다 보면 상상할 수 있는 감정과 느낌이 아닌 그런 행복도 만날 수 있다.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가지고 또 키우며 느끼는 감정이 대표적인 것 같다. 잘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예상하기 어려운 감정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며칠 뒤 큰 누님과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쭈꾸미를 보러 오셨다. 전날 밤 안 자고 울던 모습을 싹 감추고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순한 양이 되어 잘 쉬고 잘 잤다. 미연이와 나도 짧은 휴식을 취했다. 올라오시며 미역국과 양배추김치, 오이무침, 멸치볶음, 호박볶음 등 여러 가지 반찬을 챙겨 오셨다. 미연이는 거의 미역국만 먹으며 지냈는데 또 미역국이 큰솥으로 한 솥이 넘었다. 덕분에 나도 소고기 잔뜩 들어간 미역국을 아끼지 않고 먹었다. 초기의 우리는 밥 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기에 양가에서 챙겨주신 국과 반찬 덕분에 한참을 잘 먹고 지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 아버지라는 이름은 그 나름의 특별함을 가질 것이다. 나에게 어머니란 이름은 강한 생활력과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가사와 일에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습이 떠오르고 아버지란 이름은 한결같은 사랑과 더없이 부지런한 다정함, 또 바다같이 넓은 마음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날 저녁 아무 이유 없이 부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인 것 같다. 쭈꾸미를 보고 작은누나네로 가시는데 앞으로 더 건강하셔서 쭈꾸미의 졸업식과 결혼식을 함께 하며 행복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처음 3개의 SS(매우 작음) 사이즈의 젖꼭지로 분유를 먹던 쭈꾸미는 이제 8개의 S사이즈의 젖꼭지로 분유를 먹고 있다. 12주까지 저 젖꼭지를 쓰고 이제 M사이즈로 넘어갈 것이다. 출생아 기준 70% 중반대의 우량아로 태어나서 산후조리원에서 84%로 더욱 폭풍성장 하였으며 지금 80% 우량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몸무게 측정 시 5kg 넘음) 오동통한 턱살과 볼살을 베개 삼아 자는 모습이 한없이 귀엽다. 소아과 의사의 유튜브에서 아이가 스스로 먹는 양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니, 한동안 쭈꾸미의 먹성을 맞춰주려고 한다.


쭈꾸미의 출생신고는 출생 후 1달(7월 23일)까지 했어야 했는데, 이름을 확정하지 못하여 고민을 반복하다 7월 23일에서야 주민센터에 갔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빠의 성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미연이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고, 친한 친구 부부가 엄마의 이름 중 하나를 아이의 이름에 넣어 짓는 것을 보고 우리도 미나 연을 넣어서 이름을 고민했었다. 연우, 다연, 시연, 세연, 다미, 세미 등등 이름 후보가 많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이름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장모님께서는 은경이란 이름을, 아버지께서는 순지란 이름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셨다.


‘권지은’ 지은이란 이름은 정읍에 계신 미연이의 외할머니께서 추천해 주신 이름인데, 제왕절개수술 일시를 받아주셔서 건강하게 잘 출산하였고 또 일시와 이름을 통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기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지은이라는 이름은 시대를 타지 않고 잔잔하며 은은하니 마음에 들어 마지막에 미연이에게 그렇게 하자고 했었다. 주민센터에 가서 우리 세 가족의 이름을 한글로 또 한자로 적는데 요즘 한글을 쓰는 일도 드물고, 한자는 거의 10년도 더 안 써본 것 같았다. 서툰 아빠의 모습으로 서툰 이름자를 쓰고 세 명이 된 주민등록등본을 받아 나오는데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진짜 가족을 이룬 것 같았다.


<45일 차 지은이의 하루>

(7시 기상)

7시 :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옷 갈아입고 놀다가 졸리면 낮잠 자기

11시: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역류방지쿠션 위에서 엄마아빠 아침식사 구경하다 찡찡대고 낮잠 자기

15시 :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체조하고 놀다가 낮잠 자고 일어나서 샤워하기

18시 :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놀다가 졸리면 수면의식 하고 자러 가기

(19시 밤잠)

22시 :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이어 자기

4시 :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트림하고 이어 자기


이제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미연이가 2주 동안 산후도우미분을 모셔 함께 있다가 이후 주간에 혼자서 지은이를 보게 될 것이다. 요즘 미연이를 보면 일관성이 있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은이를 대하기에 좋은 엄마가 될 것 같다. 나도 최대한 빠른 퇴근과 저녁 중 많은 시간 지은이를 돌보며 아빠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곧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미연이와 지은이를 유모차에 태워 공원 산책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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