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쭈꾸미

곰수의 일상(4M)

by 노거팽

우리는 요즘 지은이를 ‘곰수‘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게 되었나 묻는다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연인 간의 애칭이 그러하듯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변화하여 정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태어난 지 4개월 하고도 2일이 더 지났으니 신생아 티는 한껏 벗었고, 소아과에 예방접종 하러 가면 곰수보다 어린아이들을 보며 벌써 더 어렸던 곰수를 회상하곤 한다.


얼마 전 100일엔 잔치를 작게 했다. 예천 부모님과 가족들이 왔고 떡을 조금 하고 백일 반지도 했다. 백일 상차림을 대여하여 나름 꾸미고 사진을 찍었다. 불광동 부모님과는 아버님 생신과 미연이의 생일과 곰수의 100일을 겸하여 조금 미리 축하했었다. 백일의 기적이라고 아이가 통잠을 자고 부모의 손이 덜 가는 때가 온다는데, 우리 지은이는 이미 60일에 거의 통잠을 잤고 평소 예민하지 않았기에 그리 특별함은 없었다. 다만 몸무게가 늘고 무언가 보고 손으로 움직이는 연습이 늘어 요즘은 손에 쥐고 입으로 가져가는 능력이 탁월해졌다.


곰수는 6~8시에 일어난다. 아침 출근 전에 곰수가 일어나면 한 번 안아주고 밤새 입었던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있고, 자고 있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출근할 때도 있다. 나는 퇴근하고 오면 저녁 5시가 넘어서 그 사이의 곰수에 일상은 미연이의 손을 통해 기록하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미연)

곰수의 하루 일상은 이렇다.

06:00~09:00 곰수 기상

첫 수유

안아서 트림하기

첫 낮잠 (30분~3시간 반)

일어나기

두 번째 수유

안아서 트림하기

아기체육관&터미타임 (그동안 엄마 아점 먹기)

두 번째 낮잠

일어나기

세 번째 수유

안아서 트림하기

아기체육관&터미타임

세 번째 낮잠, 또는 외출

네 번째 수유 (네 번째 수유 없는 날도 있음. 수유 간격에 따라 일일 수유 횟수 다름)

안아서 트림하기

아빠 맞이

목욕하기

마지막 수유

안아서 트림하기

자기 전 맘마 소화시키기

잠옷 갈아입기

자기 전 체조 - 수면의식

밤하늘 보기 - 수면의식

코야 읽기 - 수면의식(인형책)

침대에 누워서 엄마 아빠랑 인사하기


자고 일어날 때마다 쑥쑥 커서 손가락 발가락이 더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낼 수 있는 옹알이 소리도 하나씩 늘어나고, 의사표시 방법도 점점 다양해진다. 아기체육관에 누워 놀 때 모빌을 잡아당기는 힘이 하루하루 마다 세지고 터미타임 시간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종종 산책 나갈 때는 여전히 바깥세상이 낯선지 미간을 찡그리고 있다. 곰수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오빠랑 나랑만 아는 곰수의 모습이 하나씩 늘어가면서 곰수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미연 끝)


내 아이가 태어나니 어린 아기들이 다르게 보이고 또 막 초등학생이 된 조카가 커 보인다. (저렇게나 다 자라다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력은 경험으로부터 느는 법인가 보다. 미연이나 나에게 안겨있는 지은이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세상을 본다. 지은이의 온기가 몸으로 전해져 올 때, 소중함과 따뜻함 한 생명이 느껴진다. 아직 그 존재가 실감 나지 않는 천사. 낮잠을 자는 모습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낮잠을 자며 입을 오믈오믈오믈 하고 있으면 보기도 아깝다.


가족은 아주 특별히 가까운 만큼, 상처주기 쉽고 또 그 상처가 오랜 아픔으로 남기도 하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상처받는 일들, 또 상처 준 사람이 그 사실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더 어렵다. 달에 사는 사람이 본 지구는 달보다 작고, 지구에서 본 달은 지구보다 작다. 달에 사는 사람과, 지구에 사는 사람에게 달이 더 큰가 지구가 더 큰가 하는 이야기는 정답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고 각자의 세계엔 다른 사실이 존재한다. 가까운 사이의 존중은 먼 사이의 존중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곰수에게 어떤 아빠가 될까. 지은이가 처음 아빠라고 부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지은이가 자라서 아빠를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지은이를 어떻게 또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될까. 또 어느 순간은 미워하게도 될까. 하루하루 사랑스러워지는 지은이를 보며 나도 에너지를 얻고 미연이도 삶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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