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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Feb 07. 2021

나만의 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아야와 마녀'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의 예고편과 함께 주요 매체들의 평가가 담겨 있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광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작품을 봐온 내가 봤을 때도 '이건 지브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짧은 예고편을 본 것이 전부이라 완전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2D 애니메이션에서 느껴지던 지브리 특유의 작화가 사라지니, 그저 그냥 평범한 3D 애니메이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평론 매체들 역시 지브리 특유의 감성을 살리지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변화해야만 살 수 있다는 간절함이 있었을 수도, 아버지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쌓아놓은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현재의 지브리의 수장인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깊은 고민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지브리 스튜디오는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야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는 듯이 보인다.



지난주 싱어게인에서 30호 가수 이승윤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


내가 만들어놓은 틀을 깨려는 것 역시 새로운 틀 안에 갇히는 것이라는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의미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멋진 무대를 만들어 냈다.

자신만의 틀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나만의 강점이자 특별함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질 수도, 식상해질 수도, 지겨워질 수도 있다.

남들의 평가가 그럴 수도 나 스스로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꼭 틀을 깨고 새로운 나로 발돋움해야만 하는 것일까?
기존의 틀 안에서의 발전과 새로움을 시도할 방법은 없을까?



나도 현재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10년째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맡은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이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회사에서 나만큼 잘 알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내가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 나의 강점이자, 일종의 무기 같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고민이 크다. 업무적인 스트레스도 물론 심한 것도 있지만, 더 이상 내 발전이 없다는 느낌. 답답함과 지겨움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나는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내 틀을 깨고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야 할까?
30호 가수처럼 내 강점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까?

무엇이 옳은 것일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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