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종교심리학 #12

"이승환 - 이 밤을 뒤로"

by 깨닫는마음씨
이승환 - 이 밤을 뒤로




작사, 하면 오태호라는 이름 세 글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던 시절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들리던 아름다운 노랫말을 따라 구매한 카세트테이프의 가사집을 뒤적이다 보면 여지없이 오태호라는 이름 세 글자를 만나게 되던 순간들도 있었다.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고 느꼈고, 그의 서정세계는 그 마음씨의 표현이었다.


서정(抒情)이라는 것은 종교성의 핵심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종교의 본질을 '종교적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비이성적이고 광신적인 열정을 뜻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정확하게 이는 주관세계의 깊이를 의미한다.


주관세계는 어떻게 깊어지는가?


나를 향한 관심으로 깊어진다.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쉬이 판단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며, 마음을 써서 깊이 그 느낌을 음미하고자 하는 관심의 작용이 개인의 주관세계를 깊어지게 한다. 그리고 그 세계가 언어를 얻었을 때, 그것은 그의 서정세계로 피어난다.


이것은 종교성이 발현되는 순간과도 같다.


이 곡은 분명 그러한 순간을 노래한다.


> 오후 햇살을 지나 오늘도

> 여전히 하루의 끝은 오고

> 어제와 닮았지만 다른

> 이 밤이 나같음은 왜인지


섬세함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 어떻게 다르거나 또는 어떻게 같은지를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닮으면서 어떻게 다른지, 또 다르면서 어떻게 닮은지, 그 미묘한 감각들을 포착할 수 있는 힘이다.


감수성이 발달했다는 것은 섬세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수성이 발달한 이들은 세상의 것들을 쉬이 통합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을 가장 거칠고 투박하게 다루는 방식이다.


그렇게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곧 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된다.


감수성이 무딘 방식 속에서는, 결국 자신의 깊이를 잃고 우리는 추락하게 된다.


> 무뎌진 내 시린 가슴을

> 밤마다 확인함은 왜인지

> 밀리는 마음 나를 맴도네

> 흐트러진 너의 얘기와


화자에게도 언뜻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무뎌진 그 속에서도 시린 것이 있다. 매일매일 그 시림을 경험한다.


밤의 고요함 속에 조금 시간을 갖고 확인해보니, 마음이 밀려온다.


그래서 알게 된다.


시린 이것이 마음이라는 것을.


무뎌진 것을 깨우고자 마음은 언제나 밀려온다는 사실을.


그렇게 마음이 나를 맴도는 이유는, 나를 만나서, 나를 깨우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너에 대한 얘기 같았지만, 실은 마음은 다 나에 대한 움직임이었다.


나를 향해 깊어지는 서정이 시작된다.


> 언제부턴가 엇비슷해진

> 나의 하루하루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 그런 마음에 귀를 기울여

> 내가 원하는 걸 찾으려 꿈결로 가나


통합되어 엇비슷해진 것들 속에서 우리는 느낌을 잃었다.


다시 느끼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에 담겨 있던 소망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 나는 어디쯤 서있는건지

> 문득 생각하며 빛바랜 내 꿈에 비추지

> 잊혀진 만큼 다가올 날들

> 나를 데려가네

> 또 없을 이 밤을 뒤로


빛바랜 옛적의 꿈에 지금의 나를 비춘다.


소망어린 마음에 비추어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이해한다.


마음의 소망들은 언제나 다 나를 향한 소망들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다만 나이기를 바라는 소망, 언제나 그것이었다.


그래서 잊혀지지만 다시 또 다가온다.


이룬 것은 뒤편으로 밀려가고, 이제 또 이루어질 것을 향해 이동한다.


나의 시간들이 나를 데려간다.


또 나일 그 자리로.


지금 이렇게 마음에 비추어 나를 만날 수 있었던, 둘도 없을 이 밤을 뒤로, 또 나를 만나러 간다.


나는 늘 같으면서도 다른, 둘도 없을 이 한 번뿐인 시간들, 그리고 그 실감.


고요한 밤하늘의 별빛과도 같이 아련하고 영롱한 나의 깊이가 스며든다.


또 없을 나를, 나는 지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서정을 우리는 종교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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