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처음에는 꽃집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식물집이었다. 생명을 지키고 마음을 지키는 파수꾼의 그림이었다. 인디 포크밴드의 앨범자켓처럼 섬세한 소품집의 감각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 중 하나인 이아립 님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 같은 공간을 그려보았고, 만화로 치자면 충사였다.
그러다가 한 생각이 계시처럼 밀려 들어왔다.
꽃을 파는 만화카페면 어떨까?
그 형식 안에 심리상담소라는 내용을 담는다. 오히려 내용이 형식에 자연스럽게 스미게 함으로써, 찾아주신 분들이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만화를 보면서도 왠지 모를 자유의 공기와 안심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수익모델? 그런 것은 지금까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생각했다. 나는 인생을 장난으로 산 적이 없다.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선보이는 일은 진지하다.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에 없던 행복의 형태를 창출해서 같이 나누고 싶다. 우리가 함께 행복한 그 여름밤을 나는 꿈꾼다.
드링크바에서 자유롭게 음료들도 따라 마시고, 라면도 끓여 먹고, 심리학 내지 마음이라는 소재를 잘 다루어낸 만화책들을 밤하늘이 펼쳐진 평상 위에서 모기향을 켜놓고 귤을 까먹으며 읽을 수 있는 공간, 나는 그런 공간에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벌써 행복하다. 평상 위에서 자신이 행복할 자리를 발견한 이들이 벌써 모여 지금 같은 꿈을 꾸고 있어서다. 감사한 마음들이고 소중한 인연들이다. 언젠가는 몇백 배로 앙갚음을 할 것이다. 다만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무지개 끝의 황금보다도 현재 펼쳐지고 있는 무지개는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가는 첫째 날은 그렇게 밝았다.
나무를 아주 많이. 햇살을 아주 많이. 그리고 바람을 아주 많이. 생명을 지키고 있는 세계수처럼. 인테리어의 방향성은 단순했으며 추상적이었다.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고 그 추상을 구체적으로 구현해주는 이가 주위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낭만적인 생각들을 받쳐주기 위해 금속의 골조들은 차근차근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첫째 날부터 기분이 벌써 좋아 다들 철골 위에서 맛있게도 담배들을 태웠다.
설레임이 또 시작되었다. 세상에 없던 것을 향해 가슴은 돌진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