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3

"셋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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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가득한 물 사이로 땅이 드러나게 하시고, 그 땅에 나무가 자라게 하심이라. 선량한 이들은 오늘도 열심히 창세기의 말씀을 따라 일한다. 비가 나무를 자라게 하고, 빗속에서도 나무는 빛난다.


따듯해서 좋은 것, 나는 기어이 그렇게 느끼고야 만다.


세상을 온통 물로 뒤덮은 대홍수는 나무로 만든 방주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주를 빛내는 것이었다. 세상을 가득 메운 눈물은 그 안에 단 하나의 작은 빛이 있어서 따듯한 눈물이 된다. 그것은 노아의 마음이었고, 인간을 생각하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왜 작은 것을 늘 거창하게 말하냐고 묻곤 한다.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에게 그 크기가 바로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나는 오히려 더 크게 말할 수 없다는 것에 내 사유와 문장력의 한계를 느낀다. 커다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언어란 물론 애초 불가능하다. 그러나 커다란 마음을 묵상할 수 있게 발화되는 언어들, 쓴 것들로 쓰지 않은 더 큰 것들을 침묵으로 노래하는 언어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런 글을 쓰는 이들이 부럽다.


상담은 말보다도 침묵이 소중한 시간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와 침묵 안에서 함께하는 어떤 장면들은 아주 결정적이다. 상담은 언제나 하나의 애도과정인 까닭이다. 내담자는 사라져간 마음을 잘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상담소에 온다. 그 마음이 너무 소중했기에 일별이 어려웠던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이에게 소란스럽게 늘어세워지는 말들은 공해다. 아무 말 없이 옆자리에 앉아 다만 그 따듯한 체온을 가늠할 수 있는 온화한 공기가 되어 있는 이는 아직 잃지 않은 또 다른 소중함이다.


소중한 것이 떠나가서, 새롭게 소중함을 발견한다.


방주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홍수의 끝에서 잃고 난 후에야 인간은 땅과 나무를 소중하게 다시 찾았다. 이제는 소중한 것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후회없는 삶을 살으리라고 그 하늘에 언약의 무지개를 띄웠다.


아직 내가 이 공간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음의 방주'다.


찾아오시는 모든 분이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다시 찾고 기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흡음재를 가득 넣어 상담실의 벽을 세웠다. 그 무엇보다 침묵의 의미가 존중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니 대화는 한층 더 즐거울 것이다. 설령 이 세상이 온통 대홍수로 뒤덮인다 하더라도, 도란도란 온화한 공기가 흐르는 이곳에서 우리는 정답다. 우리는 분명 함께 여행해가는 것이리라. 마음의 바다를. 따듯해서 좋은 것들 사이를.


그런 소망을 담아 셋째 날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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