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생활자의 수기 #36

"행복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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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느끼는 순간들이 압도적으로 증대했다. 나는 행복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았음에 틀림없다.


나는 분수도 모르고 행복하다. 집도, 돈도, 가족도 없지만 나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누구도 이 행복을 깨거나 뺏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마음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놀라운 경험을 하거나 모종의 도취상태에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다 여여하고 온전하게 보이며, 휴양지의 썬베드에 누워있기라도 한 양 뿌듯한 이완감에 사로잡혀 무슨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지 않다.


나는 나로 무르익은 것이다.


이것은 객관적으로 우월한 어떤 경지가 되었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대단하지 않다. 어떤 권위도 없다. 증명할 것이라곤 없다. 잘난 어떤 수준의 것이 애초 아니라서다. 나는 다만 나인 것이다. 그 사실에 무르익었다.


나는 비교하지 않고 지금 있는 것을 누린다. 있는 것들은 새로 생기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있는 동안에는 있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아낀다. 그것밖에는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나는 과거와도 또 미래와도 비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현재는 행복하다.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왠지 손바닥에 키스를 해보았다. 내 가슴이 꽉 차있다. 알곡이 영글었다. 내가 이런 현재를 상상해본 적은 없다. 괴롭고 힘이 들어도 정직하기만 하면 삶은 언제나 내 상상보다 훨씬 큰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러한 삶 자체가 선물이었다. 나라는 선물이었다. 아마도 그 사실에 나는 무르익은 것이리라.


근본적으로 나는 내 주위의 것들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누구의 문제도 본질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줄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들이 아파할 때 나는 완벽하게 그 문제를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작다는 것을 안다. 내가 전능해서 다 해줄 수 있는 신이 아니기에 자책하지 않는다. 나는 어떠한 행복을 내 주위의 것들에게 선물하는 신이 아니라, 오히려 내 자신이 선물이다.


나라는 선물이 이 세상에 보내졌고, 내 주위의 것들에게 보내졌다.


이 작은 선물은 그의 임무를 다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좋은 일이 그것에게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나는 다만 지금 이 시간을 더 많이 함께 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을 한다. 따듯한 손으로 어루만지고, 털을 고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매일매일 그렇게 작은 일을 하며, 건강하게 하루를 또 같이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은 깊어지고, 더욱 커진다.


나는 작고 내 마음은 크다.


그 사이에서 감사는 진심으로 우러나온다.


선물은 감사의 표현이다. 감사하기 위해 나는 이 세상에, 그리고 내 주위의 것들에게 선물로 보내진 것이다.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아주 큰 마음을 담은 선물이다. 내가 나라는 것은 그러한 의미일 것이다. 나는 소중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마음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그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아마도 이 마음의 행복에 무르익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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