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2022)

마음의 풍경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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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세계에서 살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아즈마 키요히코의 『요츠바랑』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주변에 흔히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어디에도 없는 세계다. 그러나 분명 거기에서 이미 살아본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그리움도 밀려든다.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아주 선명한 기억이다. 이 영화가 정확하게 그러하다.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도 그러했다. 있는 것 같았지만 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생생하다. 파란 하늘과, 높은 흰구름과, 잠자리채를 들고 사방으로 뛰어 다니던 뒷산과, 가득한 매미소리와, 해바라기가 핀 담벼락에 기댄 자전거와, 또 친구의 웃는 얼굴이 분명 생생하다. 그런 적이 없었어도 왠지 그것만은 진짜였다고 마음에 선명히 떠오른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명작 게임 '나의 여름방학'을 영화화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그 게임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분명 이 마음에는 있었던 어떠한 빛나는 순간들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며, 플레이어를 그 순간들 속으로 다시 초대한다. '나의 여름방학'을 정말 아름다운 게임이었다고 기억한다면, 이제 이 영화도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23년의 영화는 이 영화다. 들어가 살고 싶은 세계다. 완벽한 취향의 만족이다.


취향은 그 감각이 가깝다는 것이다. 분명 그렇다. 그렇게 세상없이 환히 웃었고, 그렇게 세상모르게 목놓아 울었다.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서러움도 그 색이 무척이나 진했다. 여름이었다, 가 아니라, 정말로 여름이었다.


네가 있던 여름이었다.


네가 바로 세계였다. 내가 영원히 살아가고팠던.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분명 있는 것만 같은 그 세계는 내 안에 있다. 파란 하늘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은, 그 하늘 아래 여름의 풍경을 힘차게 달려가는 너를 언제까지라도 그리고 있어서다.


흔한 고등어통조림을 열면 그 안에 있던 것은 처음 본 마음이었다.


너를 위해 다 드리고 싶었던 오롯한 마음.


이 영화는 결국 막 딴 고등어통조림이다. 여름날과 같은 마음의 풍경들이 눈앞으로 가득 쏟아져 나온다.


이게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라고, 이 마음은 언제나 너만을 향해 똑바로 걷고 있었고 또 너와 함께 걷고 있었다고, 어디에도 없을 그러나 지금 분명하게 있는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한 친구라는 목소리였다.


어떠한 마음을 보여주기보다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변치않을 여름날의 풍경으로 펼쳐질 우리의 반짝이는 인연을 통조림처럼 담고 있다. 그 마음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다.




ANCHOR - キズ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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