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7

"스물일곱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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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르게 찾아온 한쌍을 위하여, 일을 주기로 한다.


마침 잘됐다. 제대로 일할 일꾼이 필요했다.


이곳은 지금 씻고, 자르고, 붙이고, 바르고, 돌리고, 끼우고 하는 와중에 있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고서 씻고, 자르고, 붙이고, 바르고, 돌리고, 끼우고만 있다 보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나는 생명체에게 있어서 유일한 일은 대화라고 믿는 사람이다.


대화하며 노는 것이 일이다.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의식 너머에서 떠오르고, 새로운 것들이 어느 순간 휘릭 만들어진다.


대화는 결국 흐름을 만드는 것이며, 흐름을 잃었을 땐 그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로 회복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시간이다.


방학생활 계획표 같은 가상의 시간에 실제의 시간을 끼워맞추며 살아가던 힘겨움에서 벗어나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시간을 회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대체 왜 서로를 만나가고 있었는지 그 시간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화하며 놀기 위해 그 모든 만남을 위한 장치들을 만들어가고 있던 것과도 같다. 씻고, 자르고, 붙이고, 바르고, 돌리고, 끼우던 그 모든 활동도 결국에는 만남을 위한 것이다.


나는 지금 팔자좋은 어떤 사치스러움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일푼의 입장에서 발달심리학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에릭 에릭슨은 일이라는 것이 단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사회적 발달과 관련된 중요한 소재임을 말한 바 있다.


일이 없으면 불안한 것은 단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인간적 만남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철수되어 있다는 그 소외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르게 찾아온 두 마리에게 평상 위에서 놀고 있으라는 일을 주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좋은 것들에게는 꼭 좋은 일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좋은 것들(goods)도 들어왔다.


우선은 머그컵이다. 티셔츠와 에코백도 차차 들어올 것이다. 좋아서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일이다.


앞으로 좋은 것들이 자꾸자꾸 더 많이 찾아와서 좋은 일이 가득 펼쳐지는 그런 공간이 될 것이다. 스물일곱째 날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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