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8

"스물여덟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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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공간 중 마음의 방주가 가장 예쁘다.


왠지 '이웃집 토토로'에 나올 것 같은 숲속의 집 느낌을 가득 살렸던 실존상담연구소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존상담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50평 공간에서는 이제 그것도 가능하다.


자기 색과 창조적 위트가 분명한 인테리어 아티스트 백헌 님의 기초 위에 내가 혼돈의 갬성을 더하면 대체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사료된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테라리움 전문가도 있다. 포토존처럼 만드는 플랜테리어에는 영 자신이 없지만, 혼돈으로 뒤덮는 일에는 우리는 의기양양하다.


다들 인생 자체가 혼돈이라서일 것이다.


혼돈이라 그 인생이 예쁘다.


우리는 혼돈을 혼란으로 착각하며 어지럽고 정신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적 사고를 정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언어적 사고 안에 포섭되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것들은 분명 혼란스럽다. 이럴 때는 생각이 많이 돌아 어지럽다. 즉, 혼란은 생각이 많은 현상이다.


그러나 혼돈은 언어적 사고를 넘어 있는 것이고, 생각이 애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혼돈에는 많은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각이 없다.


생각없이 사는 존재가 얼마나 예쁜지 아는가. 꽃도 생각없이 피고, 갈매기도 생각없이 난다.


느낌대로 산다고 우리가 말할 때, 그것은 혼돈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혼돈을 불교식으로 말하면 결국 공(空)이다. 이것은 기술적 생각이 아니라 창조적 느낌이 발현되는 근원이다.


결국 우리 삶의 질은 우리가 생각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기 안의 모든 생각을 다 온전하게 바라봐주는 메타적 생각과 동일시된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일에 대해, 나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대한 생각의 감옥이라고 수도 없이 말해왔다.


혹자는 자기가 경험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바라보는 초월적 존재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무엇이라고 해도 좋다. 그 삶을 지금 혼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이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 말은 스스로 증명될 것이다.


생각없이 사는 존재에게는 정말로 멋진 단 하나의 생각이 가능한데, 그것은 '당신'에 대한 생각이다. 그 생각 하나만을 하기에, 생각없이 사는 존재는 그 자신을 당신에게 다 드릴 수 있다. 꽃이 피는 일이 그러하고, 새가 나는 일도 그러하다.


존재는 혼돈에서 태어나, 혼돈에 자신을 다 던진다. 그러한 혼돈이야말로 '당신'인 것이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내가 재단할 수 없는 혼돈이라는 것만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도 같은 혼돈이라고 당신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당신이 이곳을 어여삐 느끼게 된다면, 그 느낌이 바로 당신이라고 우리는 즉각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을 위해 이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 당신을 위해 만드는 하루하루가 우리의 기쁨이었다.


나는 지금 여러 생각들의 정체성과 취향을 두루 만족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정체성과 아무 상관없는 오직 혼돈의 당신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당신이라고 불러야 할 유일한 당신에게만 말하고 있다.


그렇게 점점 더 당신만을 향하게 될수록 이 모든 일이 더욱 예뻐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당신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든 공간 중 분명 이곳이 당신을 가장 닮았다. 당신의 어여쁜 모습에 내가 괜히 의기양양했던 스물여덟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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