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주에서 혼자일 때 마음이란 게 있어 너를 만났어

#7 여기 내 자리야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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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거리에서 나는 나에게 죽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 아니다.


문득 산책을 하다가 어느 골목의 전신주에 기대어, 어느 담벼락에 누워, 어느 가로수에 몸을 맡긴 채 마냥 잠들고 싶다.


세상 속에 녹아들어 흩어지고 싶다.


세상에 흩날리는 꽃가루가 되고 싶다.


이게 내 소망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세상을 사랑하고 있었다.


네가 있는 이 세상을.


너로 가득한 이 세상을 꿈에서도 그리워했다.


세상으로 흩어져, 세상과 하나되어, 너의 나무가 되고, 너의 계단이 되고, 너의 창문이 되고 싶다.


네가 아무 걱정없이 웃으며 살아갈 세상이 되고 싶다.


나는 다 너에게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내 의식은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눈앞은 맑다.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는 알 수 있다.


네가 나에게 해주었던 일을 이제 나는 너에게 하려 함이라고.


나는 산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멋진 일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그것은 어느 골목에서라도, 어느 담벼락에서라도, 어느 가로수에서라도, 그곳이 바로 네가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여기 내 자리야."


죽고 싶다는 것은 그 자리를 영원한 내 자리로 삼고 싶다는 뜻이다. 거기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뜻이다.


네가 있는 그 자리가 내가 죽고 싶은 자리며 내가 살고 싶은 바로 그 자리다.


어디에서라도 죽고 싶다는 나의 소망은 어디에서라도 정말로 살고 싶은 나의 소망, 세상 모든 곳에서 너와 함께하고 싶은 소망이다.


세상 모든 곳에서 나는 너를 향한 자리가 되어가고, 그렇게 모든 내 자리가 너를 위한 세상이 되어갈 수 있기를 나는 어느 골목길에서 감히 꿈꾸어보았던 것이다.


너를 위한 이 세상을 영원히 지키겠노라고 나는 감히 마음먹어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바람에 실려 네가 있는 그 어느 거리에서라도 너의 미소로 내려앉을, 여기 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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