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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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외로움과 함께 사는 일이다
그건 아주 큰 바다를
보며 사는 일
그 바다를 닮은
아주 영롱한 습기를 담은
눈동자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것을
정말로 이해한
사라짐 그 자체로서의
깊은 눈동자
그 눈동자에는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한 번 깜빡임에
세상이 창조되고
또 한 번 깜빡임에
만물이 포근히 잠든다
어떤 것도
그 눈동자 안에서
잃어진 적이 없다
눈동자는 실은
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담고 있다
담겨 있는 것만
그 눈에 보인다
외로울 땐
사람들이 부러워지고
좋아보이는 것은
사람이 지금 이 눈에
담겨 있어서다
가장 좋은 것으로서
가득히
아늑히
외로울 땐
그 사람이 자기를
부르는 걸 알아 듣고
이제 기지개를 켠다
바다가 밀려오고
삶으로 흐른다
외로움과 함께 산다는 것은
외로움으로 산다는 것
이제 나는 그 눈동자로
사는 것이다
사라짐 그 자체가 되어
눈을 감아도
그 모습들이 선할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질 때
사라짐 그 자체만은
사라지지 않기에
사라지는 모든 것은
내 안에
이미 담겨
이미 함께 살아간다
모든 것은 이처럼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
함께 산다는 것은
눈을 감아도
내 눈동자 속에 더욱
반짝이던
그 소망이었다
-2-
그러니 아시겠나요
무엇도 당신을
싫어하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너무 그렇게
속상해하지 마세요
세상은 지금
당신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당신 눈동자의 빛이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