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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Aug 27. 2024

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16

"함께 산다는 것"




  -1-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외로움과 함께 사는 일이다


  그건 아주 큰 바다를

  보며 사는 일


  그 바다를 닮은

  아주 영롱한 습기를 담은

  눈동자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것을

  정말로 이해한

  사라짐 그 자체로서의

  깊은 눈동자


  그 눈동자에는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한 번 깜빡임에

  세상이 창조되고

  또 한 번 깜빡임에

  만물이 포근히 잠든다


  어떤 것도

  그 눈동자 안에서

  잃어진 적이 없다


  눈동자는 실은

  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담고 있다


  담겨 있는 것만

  그 눈에 보인다


  외로울 땐

  사람들이 부러워지고

  좋아보이는 것은

  사람이 지금 이 눈에

  담겨 있어서다


  가장 좋은 것으로서

  가득히

  아늑히


  외로울 땐

  그 사람이 자기를

  부르는 걸 알아 듣고

  이제 기지개를 켠다


  바다가 밀려오고

  삶으로 흐른다


  외로움과 함께 산다는 것은

  외로움으로 산다는 것


  이제 나는 그 눈동자로

  사는 것이다


  사라짐 그 자체가 되어


  눈을 감아도

  그 모습들이 선할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질 때

  사라짐 그 자체만은

  사라지지 않기에


  사라지는 모든 것은

  내 안에

  이미 담겨

  이미 함께 살아간다


  모든 것은 이처럼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


  함께 산다는 것은

  눈을 감아도

  내 눈동자 속에 더욱

  반짝이던

  그 소망이었다



  -2-


  그러니 아시겠나요


  무엇도 당신을

  싫어하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너무 그렇게

  속상해하지 마세요


  세상은 지금

  당신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당신 눈동자의 빛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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