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닫는마음씨 Aug 27. 2024

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17

"신이 미소짓고 계실 때"




  인간의 안에서

  신이 미소짓고 계실 때

  인간에게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언제인가 문득

  신이 사라졌던 그 날

  인간에게는

  모든 걱정이 생겼다


  걱정들 때문에 힘들어

  울고 소리지르고

  화내며 인간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훌쩍거림이 잦아들고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으려고 찾은

  연못가에서


  인간은 또 한 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자신의 몰골이

  너무나 웃겼어서

  묘하게 사랑스럽고

  티없이 애틋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미소가

  지어지고야 말았다


  연못에는 그렇게

  인간이 다시 찾고야 만

  신의 미소가

  고요히 비치고 있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사랑했던 것이다


  걱정이 다 씻긴

  환한 그 얼굴 앞에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신은 이제

  인간의 앞에서

  미소짓고 계시단 걸



작가의 이전글 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