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미소짓고 계실 때"
인간의 안에서
신이 미소짓고 계실 때
인간에게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언제인가 문득
신이 사라졌던 그 날
인간에게는
모든 걱정이 생겼다
걱정들 때문에 힘들어
울고 소리지르고
화내며 인간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훌쩍거림이 잦아들고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으려고 찾은
연못가에서
인간은 또 한 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자신의 몰골이
너무나 웃겼어서
묘하게 사랑스럽고
티없이 애틋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미소가
지어지고야 말았다
연못에는 그렇게
인간이 다시 찾고야 만
신의 미소가
고요히 비치고 있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사랑했던 것이다
걱정이 다 씻긴
환한 그 얼굴 앞에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신은 이제
인간의 앞에서
미소짓고 계시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