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회고"
당신은 이제
여행을 다니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사라져간 것들이
어딘가에서 다시 나타나
잘 살아가고 있는지
당신은 이제는
찾아다니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잿빛 안개 속에서도
시린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헤치며 가던
길 위에는
하늘이 있었다고
비바람 속에서도
잿빛 안개 속에서도
시린 눈보라 속에서도
하늘이 당신을
잃은 적이 없어서
당신도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었다고
그래서 당신은
이제 더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하늘은
당신이 사랑하던 것들의 하늘과
같은 하늘이라는 걸
당신이 알았기 때문이겠죠
당신이 조금 울었던 건
당신이 길을 잃지 않았기에
당신의 사랑이 여전히
저 하늘 같아서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