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당신은 이기려고만 하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저주를 건 것은
실은 신들이 아니라 카뮈였죠
신들이 내린 형벌을
당신이 이제 자신의 것으로
자발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은 더는 형벌이 아니라면서
당신은 그 순간
당신에게 형벌을 부여한
저 높은 신들보다도
한층 더 높은 곳에서
웃게 되는 것이라면서
당신은 저주를 끝내
구원으로 받고야 말았죠
그래서 당신은 두려워졌답니다
이기지 못하는 일이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수단인
바위가 사라지는 일이
당신은 온종일 바위만 생각하며
바위가 없는 현실은 차마
꿈꿀 수도 없게 된 것이죠
그렇게 당신을 평생 바위에
묶어두려 한 신들의 계략은
성공을 거두고야 만 거예요
나의 벗, 시지프
당신은 단 한 번도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지는 일뿐이에요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영원히 이길 수 없게 되는 일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바위가 사라지는 일뿐이에요
그러나 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단지 바위가 사라질 뿐이랍니다
평생동안 당신을 괴롭혀온
그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것
단지 그뿐이랍니다
당신이 자유로울 때,
당신은 정말로 이기는 것이겠죠
당신이 이기려 하지 않을 때,
당신은 정말로 자유롭겠죠
늘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고
이기려고만 하는 신들의 세상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시지프,
당신은 정말 좋은 나의 벗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