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18

"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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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려고만 하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저주를 건 것은

실은 신들이 아니라 카뮈였죠


신들이 내린 형벌을

당신이 이제 자신의 것으로

자발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은 더는 형벌이 아니라면서


당신은 그 순간

당신에게 형벌을 부여한

저 높은 신들보다도

한층 더 높은 곳에서

웃게 되는 것이라면서


당신은 저주를 끝내

구원으로 받고야 말았죠


그래서 당신은 두려워졌답니다


이기지 못하는 일이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수단인

바위가 사라지는 일이


당신은 온종일 바위만 생각하며

바위가 없는 현실은 차마

꿈꿀 수도 없게 된 것이죠


그렇게 당신을 평생 바위에

묶어두려 한 신들의 계략은

성공을 거두고야 만 거예요


나의 벗, 시지프

당신은 단 한 번도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지는 일뿐이에요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영원히 이길 수 없게 되는 일


당신이 두려워한 것은

바위가 사라지는 일뿐이에요


그러나 두려워 말아요, 시지프


단지 바위가 사라질 뿐이랍니다


평생동안 당신을 괴롭혀온

그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것

단지 그뿐이랍니다


당신이 자유로울 때,

당신은 정말로 이기는 것이겠죠


당신이 이기려 하지 않을 때,

당신은 정말로 자유롭겠죠


늘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고

이기려고만 하는 신들의 세상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시지프,

당신은 정말 좋은 나의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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