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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하느님

마음, 하느님의 자기비움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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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것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다 있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다 있게 하는 이는, 모든 것이 스스로 있듯, 그 자신도 스스로 있는 이입니다.


스스로 있는 것은 어엿합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그러합니다.


선(禪)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마치 없는 것처럼 소외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마음으로 이 삶을 이미 온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그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를 다시 기억해내는 정겨운 옛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대가 대체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를 우리가 새롭게 눈치채가는 반가운 새 이야기입니다.


마음에 가득 담겨,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대의 어엿한 뒷모습이 미소처럼 그려집니다. 우리는 그 미소를 선이라고 부릅니다. 선하고 악하며, 즐겁고 슬프며, 예쁘고 추하며, 화내고 두려워하며, 정의롭고 비겁하며, 자책하고 비난하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어떤 마음으로도 어엿하게 서는 그대가 바로 사람이라고 하는 기쁜 소식을 선이라고 부릅니다.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그 무엇보다 기쁜 일, 그것을 바로 선이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이 자기를 비우시면 그것이 마음입니다. 하느님은 자기를 비워 사람에게 마음을 주셨습니다. 늘 그대와 함께하겠다는 그 언약을 지키셨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기비움, 즉 하느님의 품속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마음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아니라, 그대를 위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마음이었음이 알려지는 일, 곧 스스로의 마음이었음이 알려지는 일, 이것을 견성(見性)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견성은 하느님과 늘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새겨지는 일입니다. 혼자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은, 냉랭하고 건조한 무인격적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선은 인격적입니다. 가장 따듯한 사람냄새를 풍깁니다.


이처럼 선은 하느님을 말하는 기독교의 보완재도 아니고, 대립재도 아니며, 구조적 통합재도 아닙니다.


봄바람이 홀연히 전해오는 노랫가락에 붙인 다른 노랫말일 뿐입니다.


노랫말이 달라, 즐겁게 두 번 부를 수 있게 된 흥취로움이 더해지는 일일 뿐입니다.


이것이 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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