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12

"웃음이 번진다"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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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마음은

시공간을 넘어

공유된다


지금의 내가 웃으면

과거의 내가 웃는다


지금의 내가 웃으면

미래의 네가 웃는다


지킬 수 없었던 것을 자책하며

깊은 무력감에 빠져

지금 화만 내고 있으면

지키지 못했던 그 과거의 사람도

같이 힘들어진다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고

슬퍼하는 지금의 나를 구할 수 없는

자책감에 빠져

무력감에 빠져

그 사람도 같이 슬퍼진다


그냥도 힘들었는데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지킨다는 이름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일만을 해서

온세상에 슬픔이 번진다


아물지를 않는다


딱지도 앉기도 전에

또 후벼판다


눈물은 그침이 없다


나비에게는 희망이 없다


나비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눈물 위에는 앉을 수 없다

눈물이 키운 꽃 위에만 앉을 수 있다

웃음꽃 위에만 앉을 수 있다


웃음은 나에게서 시작되지 않는다

웃음은 나에게로 찾아온다


지킬 수 없었던 과거의 사람을

행복하게 했던 그 일을

지금의 내가 하면

행복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웃고 있다

그 웃음이 나에게로 찾아와

나도 웃고 있다


내가 웃으니

네가 웃는다


여기에는 아직 없는 미래에서도

네가 웃고 있다


다시 만난 것 같다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이제 없고

다른 시공간에 있는 그것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무력하지 않다

할 수 없던 무력함이 아니라

지금도 할 수 있는 무한함이다


지키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영원히 지키게 되는 것이다


존재방식이 바뀌어

이제는 다른 시공간에 있게 된 이가

웃을 수 있는 바로 그 일을 하는 것

그 웃는 얼굴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얼굴을 떠올리는 우리의 얼굴에

떠오를 그 미소에 최선을 다하는 것


삶이라고 부른다


웃음이 번진다

웃음꽃을 피운다


나비가 찾아온다


그건

시공간을 나풀나풀 넘어

나에게 다시 날아온 바로

너였다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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