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24

"쇼를 하는 너에게"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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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대는 창살로 둘러싸인 작은 콘크리트 방 안


너의 탈주를 지켜보는 서치라이트의 환한 빛 아래서

너는 독백의 기회를 전담하는 주인공처럼 미소짓는다


안심한다


오늘도 잘 살았다


오늘도 한껏 칭찬받았다


칭찬받기 위해 너는 쇼를 한다


네가 수집한 영광의 트로피가 방 안을 가득 채워

손발조차 마음대로 뻗기 힘들어진 그 갑갑함을

너는 안전이라고 말한다


쇠창살이 늘 열려 있어도 네가 나가지 않는 이유다


24시간 너를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네가 쇼만 계속하는 이유다


너는 칭찬받고 싶다

더 많이 칭찬받고 싶다


네가 쓴 극본과

네가 수행하는 연기가

네가 제대로 사는 증거로

사람들에게 인정되고 싶다


네가 만든 스토리에 따라

네가 사는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


네가 쓴 이야기로 삶을 뒤덮고 싶다

네가 만든 이야기로 삶을 대체하고 싶다

네가 지어낸 이야기로 삶을 고치고 싶다


그렇게 너는 삶을 가리고 싶다

그렇게 너는 삶을 통제하고 싶다

그렇게 너는 삶 위에 제왕처럼 군림하고 싶다


삶이 무섭기 때문이다

삶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너는 불안한 것이다


너는

불안해서 쇼를 하고

불안의 희석제로 칭찬을 복용한다


칭찬받기 위해 매일같이 쇼를 하는 너는

그저 불안한 것뿐이다


언제나 불안한 것뿐이다


언제나 자유로운 것뿐이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뇌우 속에서

감옥 밖의 끝없는 지평선을 향해

노호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가는

네 벅찬 영혼을

언제라도

상상할 수 있는 것뿐이다


인류 최후의 가능성인

네 자신을

언제라도 실현할 수 있는 것뿐이다


쇠창살은 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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