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보니 가능한 것

"있는 그대로가 싫어요"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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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있는 그대로'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심정을 잘 이해합니다.


말만 그럴듯하지, 그 말을 통해 얻게 되는 실제적인 것은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흥, 있는 그대로 그거 저도 다 해봤거든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두며 충분한 시간도 가져봤고, 또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그것도 많이 해봤고, 어떤 때는 연차 낸 다음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며 일주일 있어보기도 했거든요? 그거 다 말장난이고, 지가 무슨 차원 높은 도사인 척하는 사람들이 쓰는 상투적 멘트라는 거 이제 다 알아요. 이젠 안 속아요. 아주 신물이 나요."


그러한 당신에게는 분명 이렇게 말할 자유도 있어야 합니다.


"나는 공산당보다, 있는 그대로가 싫어요."


'있는 그대로'를 싫어하는 그 상태가 바로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사실은 그렇게 싫어하는 '있는 그대로'를 열심히 하고 있었냐 하면, 실제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있지 않으려고 '있는 그대로'를 하고 있던 것과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려고, 행위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당신에게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버려진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문도 모르고 버려진 그 자리에 남아,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아주 싫어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떠나간 이에 대해 뭐라도 해보지 못한 채, 그가 떠나가는 현실을 그저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을 못난 바보처럼 경험하며 자기 자신을 비난했을지도 모릅니다.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내가 올바르게 행위하지 않으면 다 나를 떠나갈 것이다.'


그러한 당신에게는 이제 있는 그대로는 당신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상기시키는 촉매가 됩니다.


있는 그대로 있으면 또 버려질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는 당신에게는 무방비의 상태와도 같습니다. 소중한 것을 눈뜨고 잃을 수밖에 없는 무력한 현실의 암시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있는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차라리 '있는 그대로'라도 해야만 합니다.


뭐라도 행위해야만 합니다.


당신의 유용성과 가치를 증명할 행위를, 그럼으로써 당신이 쓸모있는 존재가 되어 버려지지 않을 그 행위를.


가만히 바보처럼 있으면, 동무들이 모두 나를 지나쳐 어딘가 행복한 낙원으로 달려갑니다. 나는 모르는 낙원으로 다들 미소를 띤 채 떠나간 그 자리에서 나만 우두커니 남겨집니다. 내가 멍청하게 있었던 것이 잘못입니다. 올바른 행위를 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려가는 그 길로 내가 앞장서 달려가거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줘서 내 곁에 붙잡아둬야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인기 있는 연예인이 되거나, 해결사 같은 부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하다못해 심리치료사라도 되어야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있었던 바보같은 순간이 내 인생을 망쳤습니다. 수치스럽습니다.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글도 많이 써서 인기도 얻고, 이 구역 연예인은 나라고 알리기도 하고, 책도 팔아서 돈도 벌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문제도 해결해주고, 더는 무력하고 한심한 인생을 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되고픈 진정한 '있는 그대로'의 나입니다.


그러한 당신은 사실 있는 그대로가 싫은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가 두려운 것입니다.


버려지는 일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혹시 아십니까?


가장 쉽게 버려지는 것은 일회용 종이컵입니다.


가장 쓸모있는 도구가 가장 쉽게 버려집니다.


당신이 쓸모있게 되기 위하여 행위할수록 당신은 더욱 잘 버려질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당신이 사람들을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했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그저 이용만 하다가 버린 것 같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치 인간의 추악한 내면의 어둠이라도 들여다 본 양, 그렇게 인간에게 실망했어도 "인간, 그래도 또 믿어봐야죠."라는 대사를 발화하며, 비극적 미학에 빠진 자조의 미소를 통해 당신 자신을 승화시키고 도덕주의적 승리를 거두려 하는 그 자아도취의 연극이 아무리 성공적으로 상연될지라도, 당신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자신을 일회용 종이컵으로 자처했기 때문에 버려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이마에 "저는 욕먹는 걸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꼭 욕해주세요. 부탁이에요."라고 써붙여놓고, 그걸 본 사람들이 당신이 좋아할 수 있도록 욕을 하며 지나갔을 때, 당신이 "인간, 그래도 또 믿어봐야죠."라며 아직 미개한 중생들을 향해 차원 높은 도사가 지을법한 회한어린 미소를 짓는 그림은 아무리 봐도 조금 많이 이상한 그림입니다.


지금 당신은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만큼, 사람들도 바보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있는 그대로'를 행위하다 보니 바보처럼 된 것이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당신은 절대로 바보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있는 그대로의 바보라 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바보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그냥 당신은 봐보세요.


당신은 그냥 봐보면 됩니다.


마음을 향해.


당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당신은 버려진 마음을 향했던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봤던 것입니다.


봐보니, 알아봐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바쁘게 달려가던 와중에, 차분하던 당신만 알아봤습니다. 그 버려진 마음을 당신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눈치챘습니다.


그 순간, 당신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 버려진 마음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봐보니, 알아봐진 그 버려진 것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것은 이제 버려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짜 의미입니다.


있는 그대로는 함께 있는다는 뜻입니다. 버려진 그 마음과 함께 있는다는 뜻입니다.


마음을 버리고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그 마음과 함께 있는 것이 있는 그대로입니다.


봐보면, 알 수 있는 현실입니다.


봐보면, 이루어지는 현실입니다.


당신은 결코 있는 그대로 바보가 아니니, 다만 있는 그대로 봐보세요.


봐보여야 버려지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함께입니다.


봐보니, 아, 이제 조금 알게 된 것 같으시다면,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 글이 아니라 당신 마음에.


"마음 좋아, 늘 내가 팬이 될게, 네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들으며 늘 함께 있을게."


나는 마음을 결코 버리지 않을, 마음의 영원한 구독자라는 사실이 알아봐지면 이제 완벽합니다.


이제 완벽하게 봐보입니다.


있는 그대로가 버려짐 없이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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