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흔한 우화"
나그네가 집에 들어와
흙발로 밟고 다니며
그 집의 규칙은
죄다 무시합니다
보다 못한 집주인이
이 집의 규칙을
계속 무시할 거라면
나가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그네는
부당한 표정을 지으며
거악에 저항하는 투사처럼
정의감을 불태웁니다
집주인 앞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척하며
뒤로는 게릴라처럼
규칙을 조소하고 모독합니다
참다 못한 집주인이
빗자루를 들려고 하자
나그네는 집 밖으로 도망치며
정신승리를 감행합니다
진정한 권위는
규칙을 강요하지 않을 때
얻어지는 법이거늘
껄껄
드디어 내가
독재자에게서 해방되어
진정한 내 자신을
펼칠 수 있겠구나 헛헛
남의 집을 어지르다가
자기 쓰레기는 그대로
그곳에 둔 채 도망나온
나그네가
강제수용소에서
갖은 고문을 버텨내고
살아돌아온 영웅처럼
사람들에게
정의의 수호자이자
자유의 화신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하고 있는 말입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던 추운 날
묵어가란 집주인의 말에
선뜻 반갑던 나그네가
결국 하고 있는 일입니다
집주인이 잘해줘서
엄마인 줄 알았나 봅니다
자기가 대장으로 지내던
자기 집인 줄 알았나 봅니다
그런데 말야
엄마한테도 그러면 안 돼
얘야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집에서처럼 그러면 안 돼
얘야
그리고 이제
집에 들어가서
엄마아빠 말씀
잘 듣고 살아
나그네 흉내내지 말고
엄마아빠 없이
숲속 오두막 짓고
홀로 열심히 사는
나그네 맘 서럽다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