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60

"아주 흔한 우화"

by 깨닫는마음씨




나그네가 집에 들어와

흙발로 밟고 다니며

그 집의 규칙은

죄다 무시합니다


보다 못한 집주인이

이 집의 규칙을

계속 무시할 거라면

나가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그네는

부당한 표정을 지으며

거악에 저항하는 투사처럼

정의감을 불태웁니다


집주인 앞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척하며

뒤로는 게릴라처럼

규칙을 조소하고 모독합니다


참다 못한 집주인이

빗자루를 들려고 하자

나그네는 집 밖으로 도망치며

정신승리를 감행합니다


진정한 권위는

규칙을 강요하지 않을 때

얻어지는 법이거늘

껄껄


드디어 내가

독재자에게서 해방되어

진정한 내 자신을

펼칠 수 있겠구나 헛헛


남의 집을 어지르다가

자기 쓰레기는 그대로

그곳에 둔 채 도망나온

나그네가


강제수용소에서

갖은 고문을 버텨내고

살아돌아온 영웅처럼

사람들에게


정의의 수호자이자

자유의 화신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하고 있는 말입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던 추운 날

묵어가란 집주인의 말에

선뜻 반갑던 나그네가

결국 하고 있는 일입니다


집주인이 잘해줘서

엄마인 줄 알았나 봅니다

자기가 대장으로 지내던

자기 집인 줄 알았나 봅니다


그런데 말야

엄마한테도 그러면 안 돼

얘야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집에서처럼 그러면 안 돼

얘야


그리고 이제

집에 들어가서

엄마아빠 말씀

잘 듣고 살아


나그네 흉내내지 말고


엄마아빠 없이

숲속 오두막 짓고

홀로 열심히 사는


나그네 맘 서럽다 얘




작가의 이전글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는 사실적인 부모안내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