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싸는 작가들에게"
입으로 싸는 똥이 말이고
손으로 싸는 똥이 글이다
입과 손으로 똥을 잘 싸는
너를 나는 사랑한다
순환이 정체되지 않기 위해
이대로 멈추지 않기 위해
그냥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화석이 되어 죽지 않기 위해
너는 미간을 찌푸리며
온 힘을 다한다
내보내야 할 것을
내보내기 위해
정성으로 애쓴다
가끔은 눈물을 떨구고
가끔은 피도 흘리며
너는 영혼을 갈아
배변의 땀방울을 흘린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무기력의 낮을 견디어낸다
다 쓴 치약을 쥐어짜듯
한 덩이의 똥을 싸기 위해
너는 이 순간의 전부를 건다
네가 똥을 싸는 것은
어제 먹은 스테이크 조각을
똥무더기 속에서 뒤적이며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질량감의 훈장으로
너희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함도 아니다
웅장한 거름으로
너보다 더 중요한
인류의 텃밭을 위해
봉사하기 위함도 아니다
너는
네 자신을
바꾸고 싶은 것이다
전적으로 새롭고 싶은 것이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 너는
과거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짜내버리려는 것이다
다 비워져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사실을
네가 아는 까닭이다
그렇게 현명한 너를
이만큼이나 갸륵한 너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법을
도무지 모른다
똥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나는 보았다
자기가 싼 똥에 감동받아
그 똥을 다시 먹고
자기순환하는 아이들도
나는 보았다
그래피티처럼
남의 집 벽에다 똥칠한 뒤
좋아요 버튼도 그려넣는
아이들도 나는 보았다
그러니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한번 사랑해보고자
묵묵한 너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자신을 비워가는 너에게
새롭게 채워지게 될 그것이
언제나 사랑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