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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하는 시선 #88

"이렇게 살고 싶은가"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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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에게 혼이 났다

방구석으로 들어간다

이 마음도 괜찮아

이 마음도 괜찮아

괜찮지 않은 이 마음도

괜찮아

주문을 외운다

한 시간 동안 그러니

나는 온전한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멍하니 그 일만 한

춥고 텅빈 방구석에서


아빠에게 혼이 났다

방구석으로 들어간다

ㄱㄴㄷㄹㅁ

abcdefghi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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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풀이의 글을 쓰고

또 쓰고 계속 쓴다

한 시간 동안 그러니

나는 온전한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멍하니 그 일만 한

춥고 텅빈 방구석에서


애인에게 혼이 났다

방구석으로 들어간다

동네의 상공으로

한국의 상공으로

지구의 상공으로

줌아웃을 해서 작아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한 시간 동안 그러니

나는 온전한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멍하니 그 일만 한

춥고 텅빈 방구석에서


이렇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차라리

찰리 채플린이 되어라


방구석에서 나와

하는 같은 일로

사람들에게

큰웃음을 주어라


여러분

저 방금 혼났으니까

지금부터 집중해서

한 시간 동안

주문 외울게요

글쓰기 할게요

줌아웃 할게요


이렇게 사는 것도

찰리 채플린만큼이나

귀여운 일이다


온전한 척하는

방구석에서만

빠져 나오면

다 귀여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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