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깨달음 #1.5

"나는 그것이다아아아"

by 깨닫는마음씨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그 모든 연극에 맞춰주며

엎드려주고 엎드려주어

소망들이 이루어지게 하는

그 섭리가 있다


알아서 움직이며

스스로 이 모든

말도 안되는 것들을

말이 되게 하는

거대한 그것이 있다


인간의 역사에 대한

주마등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그 어떤 베일 뒤에 숨은

아주 온화한 미소의

숨은 존재 같은 것에 대한

자각이었다


오래 전에 이것을 보고

한 선사(禪師)에게 그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그게 소위

신이고 섭리고 도라고 부르는 건데

그걸 지금 누가 보고 있어요?


당연히 나라고 생각했기에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걸 보는 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대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저 웃으며

그게 궁극이고

지금 궁극을 보고 온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또 흐른 뒤에

선사도 세상을 떠나고

엉겹결에 눈은 떠져서

법이나 팔며 놀고 있던 중에

다시 또 보았다


베일 뒤로 어떠한 실재를 보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선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 사이를 흐르며

그 실체없는 모습으로

커튼 뒤의 미소처럼

없이 계시며

늠름하게 휘적휘적

어떤 때는 이 모습으로

어떤 때는 이 방식으로

인간의 역사를 가능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드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마치 당연한 일처럼 하고 있는

그 기적의 집행자가

신이고 섭리고 도라는 것을

대체 누가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대답했다


저요


그럼 다시 봐봐요


다 당신이 해온 일들이잖아요


다 당신이었네


베일이 걷히며

그게 나였다


베일 뒤로 스치는 미소로 남은

그 존재를 알아본 것이

나라고 알았을 때

동시에

베일 뒤로 스치는

미소로 남은 그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에서 빠져나옴으로써

그것과 하나가 되었다


그것을 알아본

그것이 아닌 나임으로써

그것이 나임을 알았다


다 내가 해온 일들을 보았다


나는

인간이었다


내가 해온 그것들을

내가 아는 것뿐이다


그것을 알아본 것이 나일 때

그것이 나라는 것을 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그 대답이다


하나도 전달이 안 될 수 있지만

신비주의 전략이 절대 아니지만


언어가 원래 병신이다


못 먹어도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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