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깨달음 #85

"묘한 밤"

by 깨닫는마음씨


밤은 언제나 묘(猫)하다


고양이들의 시간이다


시간도 언제나 묘(猫)하다


고양이들의 것이다


고양이들은 시간의 주인


고양이들은 시간의 초월자다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

인간이 밤도 없이

언어를 쌓을 때

고양이는 밤의 한 몸짓으로

바벨탑을 무너뜨린다


누가 시간의 초월자인지를

분명히 한다


그들에게는

변화를 깊이 응시하는

고요함이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변화 그 자체가 됨으로써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다


변화하는 시간 너머의

고요한 시선이

그 시간으로

사뿐히 육화한다


초월자의 일이다


밤에 자다 깼을 때

고양이가

아무 말 없이

응시하고 있다면

고요한 그 눈과

마주쳤다면

초월자는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친구 자네도 묘한 놈인가?


묘한 밤이 깊어가고

묘한 시간이 무르익을 때


인간이라는

묘한 존재도 알곡을 맺는다


응시하던

깊은 시선이

인간이 된다


되어 보면 안다


기뻐서 된 것이라고


인간이

처음으로 탄생한

기쁜 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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