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니학을 시작하자"
풀밭에 모인 베짱이들을 위해.
자신들에게 운석처럼 쏟아지는 화를 피해
여기저기 몸을 피하다가 결국 도착한
이 작은 공원에서
여전히 몸을 움츠리고 있는
베짱이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이것은 착한 글.
베짱이들에게 아주 좋은 글.
베짱이가 배짱있게 살 수 있도록
빽이 되어주고 싶은 글.
이곳저곳 무작위로 폭발하는 화산처럼
사방에서 화가 넘쳐나는 오늘날
모두가 그 화를 분출할 희생양을 찾아
오늘도 눈을 부라리며
인터넷 게시판을 뒤지고,
모니터 앞에서 새로고침을 반복하고,
길거리에서 시비거리를 찾고,
미치도록 서로를 갈구고 싶어하는
거의 270도는 미쳐있는 세상에서
언제나
거의 언제나
그 무수한 화들의 최종의 목적지가 되어
최신의 희생양으로 거듭나버린
최후의 베짱이들을 위해
최고의 강의를 시작한다.
베짱이들이 듣기 좋아하는 것은 노래다.
이 강의도 노래가 될 것이다.
이것은 시로 하는 강의다.
베짱이들아, 우리는 쉽니학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너를 위해 가장 좋은 것.
너에게 쉬운 것이며
너를 위해 쉴 수 있는 것이다.
어려워야 한다고, 더 심오한 마음의 공식을 찾아
더욱더 마음의 레벨업을 해야 한다고
자기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열심히 심리학을 공부하던 이들이
너도 쉬면 안된다고
쉬는 것은 베짱이새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베짱이새끼가 맞는 너에게
그 이름을
우주 끝까지 작은 먼지로 추방해버릴 법한
필사적인 저주의 일념을 담아 호명할 때
너를 통째로 부정당한 너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아름답던 너의 이름을 대체
그 누가 애정으로 불러줄 것인가
쉽니학은 너도 원래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당연한 그 사실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다.
강의를 시작한다.
쉬면서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