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윈드 #10

"모험의 영혼"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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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Fantasy 5 - Ahead on Our Way (Crawk ver.)




어느 날 악마가 나타나 묻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바치면 당신이 가장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기다려왔던 순간입니다. 가장 완전한 승리를 얻을 기회입니다.


우리는 주저없이 말합니다.


"영원히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을 자유로운 영혼을."


악마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주춤 물러섭니다.


그 소원을 이루어주는 악마에게도 속박되지 않을 가장 현명한 소원을 우리가 빌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악마는 당황스러워하며 말합니다.


"그건, 그건... 당신이 이미 갖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날 당신은 평상시의 아침처럼 요거트를 먹고 건강보조제 몇 알을 입에 털어넣은 뒤 출근을 합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문득 창문에 비친 당신의 눈동자를 마주봅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당신은 휴대폰을 한강에 던진 뒤 통영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당신은 길을 떠납니다.


당신의 매일이 불안한 것은 당신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언제라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완전하게 자유롭다는 사실을.


당신은 많은 것이 당신을 속박하고 있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압니다.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실은 당신이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철봉이 당신을 악으로 깡으로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철봉을 붙잡고서 악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철봉을 놓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해서.


그러나 철봉을 놓았을 때 일어나는 일은, 그저 아주 약간의 충격과, 어쩌면 이미 철봉의 높이보다 커졌을지 모르는 당신의 키의 확인과, 두 손의 해방과, 견고한 대지가 당신을 받쳐준다는 사실의 이해입니다.


당신이 철봉을 붙잡고 있는 일 말고는 다른 것은 해본 적이 없어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자유를 꿈꾸었을 때, 당신은 바로 이걸 꿈꾸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존재로 직접 이 모든 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해가는 일.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이 일 말고는 그 무엇에도 속박될 수 없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 바로 '모험의 영혼'입니다.


모험은 처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모범적인 메뉴얼을 따라 성취하거나, 남의 공식을 모방해 성공하는 일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처음인 소재라도 그렇게 되면 당신의 모험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얻는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시간낭비입니다.


당신은 남들의 기준에 따라 성공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을 알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내가 해냈어!"가 아니라 "이게 나구나!"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이 처음으로 느껴가는 만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처음으로 알아가게 됩니다.


모험의 영혼은 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세상에 옵니다.


거기에는 성공이나 실패라는 말이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경험하고 싶었던 것을 경험해가며, 당신 자신으로 살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의 크기와 관계없이 충족되고, 덧붙일 것이 없습니다. 당신이 경험하고 싶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당신의 자유를 행사하며 온전히 살았기 때문입니다.


아, 말하기에는 어렵지만 이 모든 것이 무엇인가 엄청나게 좋다고 느끼게 된다면, 말로 차마 다 할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긍정감이 찾아오게 된다면,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눈치채고 있는 즈음일 겁니다.


당신은 이 우주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영원히 흐르고 있는 음악입니다.


가장 얼어붙은 변경에서도 당신의 노래가 봄바람이 되어 도착합니다.


처음입니다.


우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통째로 들어올려 이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하는 영원한 숨결이 처음으로 숨막히는 진공의 세계 속에 불어옵니다.


당신이 늘 처음으로 모험하기 때문입니다.


다 잊고, 당신이 언제나 처음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바람은 끝없이 모험해갑니다.


이 세상에 자신이 있음을 알리고자.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세상 또한 자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당신이 세상을 모험할 때, 세상도 당신을 모험하고 있던 것입니다.


당신이 세상을 모험하며 "이게 나구나!"를 경험할 때, 당신을 모험하던 세상도 "이게 나구나!"라며 '나'라고 하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세상 모든 것에 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가장 자유로우면서 가장 든든한 그 영원한 바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그걸 알게 하기 위해 당신이 이 세상에 왔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장 위대한 모험의 영혼이었던 당신이 이 모든 것에 속박되지 않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어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가장 자유로울 때 당신은 가장 사랑합니다.


자유는 사랑의 대전제이며, 당신은 이미 그 전제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태어났습니다.


태어날 필요도 없었는데 태어난 당신입니다.


당신은 대체가능한 톱니바퀴 같은 부속물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 게 나왔는지 가늠하기도 대체 불가능한 신비의 잉여물입니다.


그렇기에 이 삶은 당신의 결핍된 필요가 아니라, 당신의 위대한 소망입니다.


위대한 모험의 영혼이 품은 위대한 소망의 결과로, 오늘도 당신에게 삶이 펼쳐집니다.


영원한 바람의 모험은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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