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사기꾼의 바이블"
사이코프로드들이 가장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단연 NLP다.
신경언어학프로그램(Neuro-Linguistic Programming)이라는 장문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전혀 기억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사전들에서의 NLP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이비심리학의 일종이다."
사이비과학(pseudo-science) 그리고 사이비심리학(pseudo-psychology)이란 표현이 NLP에 대해 늘 부속되는 말이다.
NFT의 진짜 이름의 뜻이 '너한테(N) 팔고(F) 튈거야(T)'이듯이, NLP의 진짜 뜻도 '네(N) 라면(L) 퍼먹을게(P)'이다.
표절과 약탈이 진정한 '마음의 마법'이라고 가르치는 도구다.
미국 심리학계에서는 죽어라 까이는 소재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심리학의 마술화'가 해체되지 않은 상황이라 여전히 심리학인 것처럼 자기계발 서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NLP는 심리학이 아니다.
두 사람의 '심리학 비전문가'가 통합될 수 없는 접근들을 자기들의 머릿속 판타지로 통합해 만든 접근이 바로 NLP다.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1970년대에 뭔가 정통의 학문처럼 보이려는 의도를 담아 '언어학(linguistic)'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다가, 또한 근미래적 기술처럼 보이기 위해 프로그래밍이라는 이름 또한 붙였다. 다분히 공상과학적 의도라고 할 수 있다.
NLP가 심리학계에서 공격받으면 자기는 언어학이라고 도망가는 회피책도 바로 이 이름에 의해 마련된다.
한국에서 NLP를 소개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언어학의 정당한 분과로 NLP를 다룬다고 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기회를 빌어 미국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직 언어학 교수로 근무하는 이와 현재 언어학 박사과정으로 유학중인 이에게 전화를 돌려 확인해보니, NLP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나서 그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미친 소리네."
'신경언어학(Neurolinguistics)'이라는 뇌에 전극 꽂고 연구하는 뇌과학적 실험분과를 NLP라고 '일부러' 착각한 것 같다는 그들의 설명이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이처럼 NLP는 언어학도 아니다.
심리학도 언어학도 아닌 것이, 영화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네트워크 및 뇌의 신비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입지화해서 오컬트 키즈들을 위한 무안단물 같은 판매상품이 되어있는 것이 NLP의 모든 실체다.
효과, 전혀 없다.
효과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미국심리학회에서 NLP가 사이비심리학으로 판정된 이유다.
NLP 시전자가 친절한 태도로 자기를 대해줬기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등과 같은 것은 효과가 아니다. 삼겹살과 소주를 친절한 태도로 사줬다면 마음은 더욱 편해졌을 것이다.
효과가 없는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만' 모든 전략을 동원하는 것이 NLP다.
원래 사기의 핵심은, 정말로 효과가 있기보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있다.
다단계 회사의 유인전략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돈이 벌리는 것보다는, 돈이 벌릴 것 같은 그 분위기에 사람들은 이끌린다.
그리고 이것이 거의 모든 사이코프로드들이 NLP를 하는 이유다.
그들이 NLP를 통해 배운 것은, 잘 나가는 자신을 연출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을 따르면 뭔가 될 것 같다.'라고 느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이런 것을 언어학에서는 통속어원(folk etymology)이라고 말한다. 비전문적 대중들이 몰아가는 분위기에 의해 권위를 얻게 된 언어표현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NLP는 이러한 '대중몰이'를 통해 권위를 얻으려 하는 일종의 사기술이다.
자신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언어적 이미지로 선전해 욕망을 자극하여 사람들을 불러모은 뒤, 그들이 지불한 돈으로 이제 정말로 잘 나가는 이가 된다.
이것이 NLP의 황금공식이다.
무수한 사이코프로드들은 이러한 NLP의 방법론을 책에서 본 뒤, 자신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진정한 마법을 깨달았다고 믿는다. 이 방법만 알면 세상 사는 일이 참 쉬워지는데, 왜 다들 하루하루 안해도 되는 노력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감상이다.
남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으니 자기 인생은 쉬워진 것처럼 경험되는 것이다.
사기꾼들의 전매특허인 대사가 있다.
"애씀없이 행복하세요."
애쓰지 말고 자기처럼 사기꾼이 되어 남들 등쳐먹으면서 편하게 살자는 말이다.
진실로 사회적으로 밝혀진 그 모든 심리학 내지 치유적 활동의 무수한 사기꾼들이 저 표현을 자기들의 단골대사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아주 의미깊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한국에서는 특히, NLP는 엄연한 사기의 도구다.
사이코프로드로 오래 활동하다보면 이제 점점 NLP로 희생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약발'이 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NLP가 사기라고 비판하는 이러한 목소리들에 직면하게도 된다. 자기 또한 아무 근본없는 사기술을 심리학이라고 팔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수치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들이 NLP 대신에 채택하는 것들이 있다.
융, 소인격체 접근, 내면아이, 분아의 통합주의, 모성적 인본주의심리학 등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언어만 슬쩍 정통의 학문적 용어인 것처럼 바꾸었을 뿐, 그 내용은 완벽하게 똑같은 NLP다.
자기 안에 있는 모든 마음의 선한 의도와 그 온전함을 알아주면 자연스레 내적 권위가 생겨나 마음의 제왕이 된다는 식의 NLP적 내용은 동일하며, 다만 포장지만 교체한 것뿐이다.
NLP적인 전략으로 하는 활동도 동일하다. 어떠한 언어로 포장지를 씌우든 간에, 언제나 사이코프로드들은 자기에게 얼마나 놀라운 체험이 있고 얼마나 탁월한 정보가 있는지만을 선전한다. 그렇게 자기를 허위광고의 부풀린 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그 뻥튀기의 안쪽을 채워가는 것이다.
심리학에 대해 가장 비전문적인 사기꾼들이 NLP를 만들었고, NLP는 이 사기의 의도 속에 있다. 그러니 심리학사기꾼들은 NLP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늘 자기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더 좋은 최신의 것을 소개한다 하지만, 열어보면 다 NLP다.
NLP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다고 NLP가 아닌 것이 아니다.
자기는 이제 NLP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 실천적 태도가 NLP면 그것은 엄연한 NLP다.
NLP는 사이코프로드의 바이블이다.
그들은 NLP를 통해서만 세상을 본다.
그 어떤 심리학 원전도 읽지 않은 사이코프로드들이 어떻게 심리학의 모든 이론에 통달한 흉내를 낼 수 있는지 아는가?
NLP라는 바이블의 투과기를 통해 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리학의 모든 것이 다 NLP로만 보이며, 이들은 다음과 같은 착각 속에서 환성을 내지른다.
"와, NLP는 진짜 모든 심리학의 정수를 다 담고 있는 최고의 심리학이구나!"
그러면서 자기가 NLP만 알고 있으면 모든 심리학을 다 정복한 패왕이 되는 것처럼 여긴다.
비전문적이고 무식한 NLP의 수준으로만 모든 것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철저하게 간과한다.
왜냐하면 NLP에서, NLP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이는 심리학의 고수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자기 엄마가 자기를 천재라고 칭찬해준 말에 의존하듯이, 사이코프로드들은 무식한 NLP의 인정에 의존해 자기를 심리학전문가라고 내세우는 무식한 일을 일삼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광신도의 모습과 같다.
NLP는 정말로 사이코프로드들의 교조적 바이블이다.
무식하지만 공부는 안하고 다 아는 척하려는 이들이, 무식한데도 다 아는 척하는 NLP를 한다. NLP는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 무식한 이들의 사기를 돕기 위한 바이블로 만들어졌다.
이 지점에서 우주의 기운을 가득 끌어모은 진실된 표정을 연기하며 사이코프로드들은 이렇게 항변하기도 한다.
"저는 다만 사람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거짓말을 자꾸 하다보면 자기도 그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힘을 갈취해 그 힘으로 자신이 왕이 되려 했던 것이다.
사람들을 정말로 돕고 싶었다면 NLP 대신에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 더 쉽게는 NLP를 하지 않기만 해도 사람들을 돕는 길이다.
나아가 진심으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이들은 이미 정직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정당한 수련과정 속에 자신을 던지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항변은 그 자체로 사이코프로드의 상태를 정확하게 드러내준다.
사이코프로드는 누군가를 상담해서는 안되며, 그 자신이 시급하게 상담을 받아야 할 상태다.
이것은 사이코프로드의 바이블에 숨겨져 있는 11번째의 계명이다.
"당신을 속일 수 있어 우리는 기쁩니다."
바이블의 광신자인 사이코프로드도 실은 바이블의 희생자다. 그에게는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