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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Sep 21. 2019

삶이 재미없는 그대에게

"여행의 증인"



  삶이 너무도 재미없어 오늘도 재밋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그대여.


  그렇게 유튜브를 보며 깔깔대다가 터무니없이 허무해지는 그대여, 남의 SNS를 보며 부러워하다가 대책없이 우울해지는 그대여, 같은 게시판에서 새로고침 버튼만을 누르고 있다가 한없이 절망하는 그대여.


  그대에게는 왜 삶이 재미없는지 아는가?


  우선적으로는,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대여, 존재는 원래 힘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그대는 그대의 힘을 여한없이 쓸 수 있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충만한 존재감을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존재감의 확신이라는 표현이 그대에게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이렇게도 바꾸어 말할 수 있다.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대의 온 몸을 행복감이 가득 채운다.


  그대는 태어나서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대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감격스러워진다.


  그것이 바로 존재감이다.


  그것이 바로 그대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는 그래서 그대 자신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할 그대가 실종되었는데, 이 삶이란 것이 도무지 재미있을리가 없다. 아무리 신나보이는 롤러코스터라 할지라도, 거기에 탑승해있어야 할 그대가 없는데 이 모든 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지당하다.


  그렇게 자신을 잃은 그대에게, 행복감 대신에 채워지고 있는 것은 바로 화다.


  그대가 그대의 힘을 온전히 쓰지 못하고 있는 그 답답함이 화로서 그대 안에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그 화는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 같은 사회를 향해, 특정한 대상을 향해, 그리고 그대 자신의 무능력함을 향해 분출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대는 하루하루 싸움거리를 찾아 헤맨다. 사소한 것들에도 그대는 반드시 싸워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대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생겨난 욕구불만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대여, 욕구불만의 거친 숨결로 씩씩거리고 있는 그대여, 이 말을 한번 들어보라.


  그대를 정말로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대의 힘을 정말로 못쓰게 만들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그대 자신이다.


  대책없이 착한 그대 자신이다.


  그대는 그대가 하고 싶어하는 일 앞에서 반드시 스스로를 가로막는다.


  '내가 이걸 하고자 하는 게 인간이 아닌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아닐까?'

  '정말로 이런 걸 해도 될까? 인간적인 도리를 벗어나는 게 아닐까?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이런 걸 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그대는 이처럼 그대가 인간이어야 한다는 현실에 집착한다.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막연히 순종한다. 그렇게 그대는 인간이라는 이상적인 자아상 아래 그대 자신에 대한 가장 큰 통제자가 된다.


  그러나 그대여, 그대는 지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먼저다.' 등과 같은 말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인간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여, 그대는 인간이 아니다.


  그대는 그저 인간을 사랑하는 자다. 그대는 대책없이 인간을 사랑하는 자다. 그대는 대책이 없다. 사랑이라는 유일책만 있다.


  그대는 그대의 것이 아닌 인간을 지켜야 하는 파수꾼이 아니라, 그대의 것이 아닌 인간을 사랑하고자 떠나는 여행자다.


  그대여, 정직하게 한번 떠올려보라.


  그대가 하고 싶어하는 그 모든 일은 전부 다 인간을 기쁘게 하려는 일이다.


  그대는 인간을 기쁘게 하는 일 말고는 단 하나의 일도 하고 싶어한 적이 없다.


  그대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그대 앞에서 기쁘게 미소짓는 인간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다.


  그대여, 이제 기억하겠는가?


  그대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그대의 연인이다.


  그대는 그대의 연인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이 세상에 왔다.


  인간이 이 지구별 위에서 가장 행복하게, 더욱 행복하게, 영원히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서, 바로 그대가 이 세상에 왔다.


  그대는 언제나 인간만을 위해 살기를 원한다. 인간의 기쁨이 그대의 기쁨이다. 한치도 어긋난 적이 없다.


  그대는 그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해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모든 힘을, 인간을 위해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모든 존재를, 바로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대가 하고 싶어하는 그 일이, 곧 인간을 위한, 모든 인간을 위한 일이다. 이를 구태여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부른다면, 그대가 가장 이기적인 모습일 때 그대는 가장 이타적인 모습이 된다고 말해야 정당하다.


  언제나 그대의 의도만 명확하면 된다.


  그대가 어떤 인간의 모습을 위해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인간의 얼굴에 미소를 선물하고 싶은 것인지, 이에 대한 그대의 의도만 명확하면 된다. 그 의도가 정직하게 드러나면 된다. 의도와 행위를 불일치시키지만 않으면 된다.


  바로 이것이 자각이다.


  자각은 그대가 정당하게 일하고 있다는 존재의 진정성을 그대 자신에게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그대가 진정한만큼, 그대는 그대 자신의 힘을 실감한다. 인간을 향해 정향된 힘이 그대의 모든 세포를 뿌듯하게 일깨운다. 살아 있다는 전율이 실감된다. 그대의 가슴이 가득 열리며, 그대의 힘이 가득 찬다.


  그대여, 그대는 지금 여행길 위에 서있는 그대 자신의 모습을 문득 발견한 것이다.


  그대가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 여행길 위에 서있는 그대 자신의 떨리는 몸을 한순간 눈치챈 것이다.


  그대여, 이해하겠는가.


  그대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언제나, 반드시, 그리고 기꺼이, 인간을 향해 여행하는 일이다. 그대는 오직 그 일만을 하고 싶어한다. 그대는 단지 인간을 향해 여행하고만 싶어한다.


  그래서 그대는 철학하고, 종교하고, 예술하고, 문학하고, 정치하고, 의료하고, 법률하고, 운동하고, 교육하고, 장사하고, 상담하고, 사업하고, 샐러리맨하고, 백수한다. 그 모든 것으로써, 그대는 인간을 향해 여행한다.


  그대가 하고 싶어하는 그 어떤 일도, 인간을 향한 이 여행에서 길을 잘못 들지 않는다.


  그대의 가슴을 가득 열리게 하며, 그대의 힘을 가득 차게 하는 그 모든 일은, 인간을 향한 이 여행에서 길을 잘못 들 수 없다.


  그대여, 이 모든 말이 신뢰되지 않는다면, 그대는 그저 거울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대는 거울 속에 비치는 한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 인간의 얼굴 위에 떠오른 가장 밝은 미소를 보고 싶다. 그대는 오직 그 일만을 위해 살고 싶다.


  동의하는가, 그대여?


  바로 그 인간의 미소를 떠올리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그대의 부푼 가슴이, 그대 안에서 울컥하는 그대의 가득한 사랑이, 바로 이 여행의 증인이다. 그대의 이 여행이 우주에서 가장 온전하고 정당한 여행임을 생생히 증거하는 증인이다.


  분명하다. 그대의 사랑이 그대의 증인이다.


  그리고 관객없는 게임은 그 재미를 상실하듯이, 그대의 삶에도, 그대의 여행에도, 이 사랑이라는 증인이 있어야 재미가 회복된다.


  그 증인이 늘 그대에게 증언하는 바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매일매일 격전을 반복하며 지쳐가는 전쟁담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그대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설레임으로 길을 나선 그대의 연애담이다. 사랑이야기다. 인간에게 가득 반해서, 도저히 그 인간을 향해 떠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던 그대의 소중한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이야기는 그대에게도 언제나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그대의 삶은 가장 재미있는 삶이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가 사랑하고 싶은 것을 감히 사랑해도 좋다.


  그대의 사랑이 늘 그대에게 증언하는 바다.


  인간을 향해 사랑의 길을 나선 그대의 뒷모습이 터무니없이 힘차더라고, 대책없이 빛나더라고, 한없이 곱더라고───.


  무엇보다 참, 재미있게 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조규찬 -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
은하계와 은하계의 경계까지
일곱개 달을 가진 쪽빛별까지
시간과 공간의 막다른 길까지
빛의 열배속
부숴져 산산이 나약한 내 육신은
깨어나 영혼이 병들지 않는 잠들지 않는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
지구, 여긴 첫째 경유지
잘들 있어 (Bye My Friend)
난 지쳤어 (군중의 독재에)
부숴져 산산이 나약한 내 육신은
깨어나 영혼이 병들지 않는 잠들지 않는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
지구, 여긴 첫째 경유지
잘들 있어
난 지쳤어
잘들 있어
난 지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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