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싶은 소망"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싸우고, 질투하고, 갈취하고, 경쟁하고, 혐오하던 일들 투성이었다.
다시 또 돌아보면 수용하고, 성취하고, 학습하고, 돌보고, 헌신하던 일들 투성이었다.
이 모든 일은 다 나를 증명하고자 했던 일들이다.
나.를. 모.를. 때. 나.를. 증.명.하.고.자. 한.다.
분주했던 우리의 지난 해는 이처럼 우리가 나를 몰랐기에 생겨났던 그 모든 일이다.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증명하고자 하는 이 완벽한 모순은 나날이 우리의 삶을 가득 뒤덮어왔다.
해도 해도 되지 않아 초조함만 커져갔고, 하면 할수록 모순의 안개는 짙어져 갑갑함만 늘어갔다.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삼아 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인기로 나는 증명될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쳐서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기준을 둔 채 스스로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중적 인기과 일종의 작가정신 같은 것 사이에 놓인 햄릿처럼 오랜 시간 고뇌하는 연기를 했다.
진중한 고뇌 끝에 "어느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기에 고뇌하고 있는 이 소중한 순간만이 바로 나로구나!"라고 깨달은 척도 하고 싶었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대상만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었던 것뿐이다.
대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기'라는 대상과, '상대'라는 대상이 그것이다.
우리는 자기와 상대 사이에서 지난 한 해간 늘 고민해왔다. 자기도 행복하면서 상대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지를 열심히 궁리해왔다.
자기라는 대상과 상대라는 대상 사이의 분열을 만들어놓고, 또 그걸 통합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써온 것이다.
우리가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 또는 이미 나인 것처럼 행세할 때, 이러한 분열은 만들어진다.
우.리.는. 자.기.라.는. 대.상.을. 나.로. 착.각.한.다.
이것은 미운 오리새끼의 착각이다.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떼들에게 민폐는 되지 않도록 중간 이상은 하는 착한 오리가 되려고 하면서, 동시에 왠지 모르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오리인 것 같은 자기가 특별한 오리가 될 무엇인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결코 성공적일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와 상대에게서 오리만을 보며, 오리라는 그 대상만을 붙잡고 있는 한, 미운 오리새끼는 늘 고뇌하는 시간의 미아로 헤매게 된다.
자신이 정말로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기가 얼마나 괜찮은 오리인지만을 증명하려는 이 일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운 오리새끼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아니라, 자기라는 대상을 나라고 생각해온 그 착각을 포기하는 일이다.
우리가 나에 관해 알고 있다는 그 생각을 기각하고, 나에 대해 단순히 몰라지기만 하면, 호수에서 푸드덕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는 언제라도 우리의 귀에 닿는다. 우리가 이제 들을 준비가 된 까닭이다.
문득 날갯짓 소리를 들은 미운 오리새끼는 호수를 바라본다.
하얀 새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눈물겹다.
미운 오리새끼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렘에 그 뒤를 종종 따라가본다.
그러나 하늘은 너무 멀리 있어서 숨이 차고, 몇 번인가는 물웅덩이에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하늘의 하얀 점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미운 오리새끼는 열심히 뒤를 쫓은 그 결과로, 정확하게 이 하늘 아래의 호수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하얀 점은 사라졌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미운 오리새끼 혼자뿐이다.
적막 속에서 미운 오리새끼는 고개를 떨군다.
어쩌면 눈물방울이 호수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퐁당. 퐁당.
고요해서 더욱 잘 들리는 그 소리에 미운 오리새끼는 살짝 눈을 열고 호수를 바라본다.
하늘 아래에 있는, 정확하게 하늘빛을 똑 닮은 호수에는 하얀 새가 비친다.
눈물이 씻겨준 곱고 선한 눈망울이 비친다.
미운 오리새끼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하얀 새도 갸웃거린다.
결국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에 미운 오리새끼가 웃어서 하얀 새도 환히 웃는다.
마침내 나를 만난 것이다.
하늘빛을 똑 닮은 호수에서 홀로 있던 미운 오리새끼에게 일어난 일이다.
자기라는 대상과 상대라는 대상이 모두 사라진 그 자리에 마음은 고요하고 또 순수하다.
마음은 투명한 거울이다.
나는 언제나 그 거울 속에 비치고 있다.
나를 증명하려던 환상들, 자기와 상대라는 대상들이 중요하다는 환상들, 그 환상들을 거울과 관계짓지 않는다면 거울은 언제나 그저 나하고만 관계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마음을 통해서 우리는 나를 알 수 있다.
마음을 알아서 우리는 나를 알고 싶다.
이것만이 우리의 소망이다.
그동안 우리가 나를 몰랐기에 했던 그 모든 일은, 실은 우리가 나를 알고 싶었기에 했던 일들이다.
나를 알고 싶다는 이 소망이 진짜 우리의 소망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나인 척하는 동안 잠깐 망각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다만 조금 헤매게 된 것뿐이다.
그러나 기억하면 바로 제자리를 찾는다.
우리가 소망을 담아 세배를 드려야 할 곳은 자기도 상대도 아닌, 오직 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늘 이 소망뿐이었으며, 올해에도 그럴 것이다. 더욱더 나를 향해 무르익어 갈 것이다.
상대적인 대상의 착각을 '깨고' 절대적인 나에게 '닿는' 일, 이것은 영원한 깨달음의 소망이다.
새해가 밝은 첫날 고요한 호수에서 아직 몸은 작지만 그 빛이 참 곱기만 한 하얀 새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눈물겹다.
하늘빛을 똑 닮은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