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심리학 #29

"나는 이만큼이다"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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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고 싶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마음을 알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것들은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 질문 이전에 나라고 하는 것은 어떤 때 쓰여야 하는 용어인지를 이해하는 일은 유익하다.


나.는. 그. 시.점.에.서. 가.장. 거.대.한. 것.에. 붙.이.는. 표.현.이.다.


나는 어떠한 속성이 아니다. 나는 다만 크기일 뿐이다.


존.재.의. 사.이.즈.다.


나로 살았다는 것은 그 상황 속에서 가장 웅장한 크기로 드러나는 존재의 면모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존재의 간지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전까지 작은 것을 놓고 고민하며, 서로 경쟁을 벌이고, 그 작은 것을 어떻게든 쟁취하겠다고 아둥바둥하던 쩨쩨한 상황들을 종결시킨다. 거대한 존재에게서 터져나오는 거대한 웃음과 함께 모든 것은 상쾌해진다.


초등학생과 포켓몬딱지의 소유권을 두고 각종 무림의 초식들을 펼치던 중에 문득 깨어난 이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이거 많이 갖고 싶었구나. 너 가져."


그렇게 그는 작은 새장 속에서 이탈한다.


나와보니까 분명해진다.


나.는. 엄.청.나.게. 크.다.


자신이 지금껏 저 작은 새장을 풍요롭고 아늑한 낙원처럼 생각해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거짓말같다.


그 전까지의 새장 밖은 무엇이었나?


불가능한 현실이다. 나가면 죽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현실이다.


그러나 나와보면 죽기는 커녕, 압박되었던 몸이 커다랗게 풀려나 오히려 숨쉬기가 편해진다. 더 살 맛이 난다. 삶은 더욱더 증진된다.


결국 이것이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가 된다.


그 시점에서 가장 거대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현.실.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다.


"이 일만은 절대로 나에게 생기면 안 돼!"라고 우리가 움츠러들었던 바로 그 현실, 그 현실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것이 잠들어있는 보물창고다. 남의 보물창고가 아니다. 원래 우리의 것인 보물을 소중하게 지키고 있던 스위스은행이다.


심리학은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그 현실을 지시하는 분야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는데, 그 현실이 이미 우리의 마음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정확하게 알리는 실천학문분과다.


마음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에게 마음이 문제가 될 때를 떠올려보자.


도저히 자신에게는 불가능한데 그것을 꿈꾸고 있을 때, 우리는 마음을 문제로 경험한다.


마음은 그 자체로 불가능성의 가능성에 접촉해있음으로써 생겨난 느낌이다.


그래서 나로 산다는 것은 마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마.음.은. 나.로. 향.하.는. 최.단.과. 최.속.의. 길.이.다.


마음이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엄청난 희망이다.


그 의미는, 그. 현.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꿈꾸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다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의 소망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떠한 현실을 이루는 데 특정한 대상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고 있을 때, 그러한 대상이 없어도 마음은 그 현실을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대상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도무지 불가능해보이는 소망을 마음이 스스로 이루게 되는 현상을 깨달음이라고 부른다.


깨.달.음.은. 마.음.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마음의 소망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이미 말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이루는 것이 마음의 모든 소망이며, 유일한 소망이다.


나.를. 이.루.는. 것.만.이. 바.로. 마.음.의. 소.망.이.다.


마음은 언제나 나를 향해서만 흐르며, 곧 나를 찾아서만 흐른다. 그리고 반드시 나에게 당도한다. 시냇물이 바다에 이르는 것은 필연이다.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은 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 마음의 운동을 언어로 묘사한 것이다.


심리학은 우리의 한계를 규정하는 데 독보적인 역할을 한다. 잘 짜여진 심리학은 모든 마음이 온전하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우리의 마음이 한계에 갇혀 있는지만을 철저하고 엄밀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 너머로의 불가능한 현실을 향해 마음이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를 함께 묘사한다.


심리학을 통해 깨닫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을 더 많이 공부함에 따라 우리가 나로서 실현되어가는 것이 아니다.


연애로 비유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연애에 대한 언어를 더 많이 학습하면 누군가와 사귀게 될 수 있는가? 그 언어를 따라 상대에게 고백하면 연애는 이루어질 수 있는가?


언어는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마법이 아니다.


고백의 언어를 통해 사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귈 지경에 놓인 이들이 최종적으로 고백의 언어를 내는 것일 뿐이다.


언.어.는. 다.만. 확.인.이.다.


이미 그러한 것이 그러함을 드러낼 때 쓰는 척도일 뿐이다.


쉽게 말해, 언어는 어떤 것을 한계짓는 역할을 하며, 언어로 인해 가능성과 불가능성은 분류된다. 그리고 마음은 늘 언어 밖의 불가능성으로 나가려는 속성을 갖는다.


마음은 가장 거대한 것을 향해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이며, 가장 거대한 것은 언어 안에는 없기 때문이다.


언어로 모든 것이 다 설명된다고 하면, 나는 모든 것의 설명에 대한 그 바깥에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모.든. 것.을. 초.월.한.다.


모든 것을 초월했다는 것은 모든 것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그러니 모든 것은 이제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행된다.


이 지점에서 언어는 다시 발화된다. 이럴 때 나오는 것이 고백의 언어다.


"나는 너[모든 것]를 사랑해."


연애는 서로가 상대를 마중물삼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때문에 성공적인 연애에서는 서로가 나를 이루게 된다.


처음에는 상대를 가장 거대한 것으로 보며 그에 끌리는 마음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정직하게 따라가다보면, 그 결과로 지금까지의 한계를 초월한 가장 거대한 것으로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실증적이다.


성공적인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게 느낀다. 가슴이 용기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그들의 존재의 내부를 가장 충실하게 채우고 있고, 나아가 그 잔이 넘쳐 흐른다. 생명수처럼 넘쳐나는 사랑의 기운이 그들이 존재하는 영토에 꽃밭을 만든다.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세상의 중심에 뿌리내린 거목이다. 바로 그렇게 자기 자신을 경험한다.


나.는. 언.제.나. 그.러.한. 존.재.의. 느.낌.이.다.


심리학은 존재를 직접 지시하지 않는다. 존재는 직접 지시될 수 없다. 다만 심리학은 나라고 하는 존재가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함축되어 있음을 묘사하고자 한다. 말이 되지 않는 그것이 말로서 확인될 그 자리를 지시한다.


결국 심리학은 말이 되지 않는 존재가, 그렇게 언어로 접근이 불가능한 존재가 이미 거기에 있으니, 우리가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함께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은 심리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치의 도움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며 불가능한 현실을 이룬 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렇게 외치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면모를, 모든 외적 불가능성의 조건 속에서 가능성으로 다만 실현했다. 언어는 그렇게 드러난 존재를 확인하고자 뒤따라 발화되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으하하!"


스스로를 이미 드러내 확인한 존재가 웅장하게 웃는다.


그게 뭐라고, 작은 것에 옹졸하게 묶여 있던 자기 자신을 향해 웃는다.


그 시점에서 그는 가장 거대한 것이다.


자신을 초월한 것, 이것이 언제나 그 시점의 가장 거대한 것이다.


놀랍도록 자유롭고 멋진 나를 이룬 것이다.


어느 만큼인가?


이────────────만큼이다.


지금까지 자기가 살던 그 세계를, 그 우주를 다 초월해, 그것들을 감싸고도 넘칠 만큼의 그 크기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


나라고 하는 존재다. 가장 거대하다고 분명하게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것, 이것이 존재다.


나는 이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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