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심리학 #35

"사람인 자"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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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人) 자는 둘이 서로 의지해 서있는 관계적 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한자의 구성원리 자체로도 이러한 뜻이 아니다.


人, 이것은 직립의 그림이다.


막 땅에서 손을 떼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옆모습이다.


동시에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우뚝 서있는 인간의 앞모습이다.


자유로운 두 손으로 어떤 것을 막 하려는 동세를 묘사하기도 하며, 허리를 굽혀 곧 절을 하려는 경외의 감각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하늘을 겨냥하는 쐐기이며, 땅에 내려앉는 풀잎이다.


이 글자를 위에서 꾹 눌러보면, 잠시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르르 원래의 모습으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여기에는 탄력성이 있다.


인간이 아무리 길을 잃고, 상처받고, 어둠 속에서 헤매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인간 자신을 스스로 다시 찾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직립한 인간의 양다리에 관계의 올가미가 걸려 양쪽으로 잡아당겨지고 있기에, 인간이 쉬이 주저앉으며 또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약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된다.


관계는 언제나 애증과 같은 양가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관계 속에 있을 때면 모순을 경험하며, 또 그 모순을 통합하는 일에만 인생의 시간을 다 쏟게 된다.


결국에는 모든 방향성을 다 온전한 것으로 알아주고자 하는 것이 관계지향적 삶의 최종형태다. 동쪽으로 가고 싶으면 서쪽 또한 얼마나 온전한 것인지 그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면 동쪽으로 잘 갈 수 있게 된다는 식이다.


동쪽으로 가든 서쪽으로 가든 양다리에 언제나 올가미가 걸려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를 각각 반대편에 놓고, 엄마를 따라가기 위해 아빠도 얼마나 온전했는지를 알아주려는 일은 다만 엄마아빠가 없으면 못살겠다는 아이의 일이다.


아직 직립이 실현되지 않은 네 발 동물의 역사다.


관.계.는. 인.간.을. 주.저.앉.혀. 이. 네. 발. 동.물.로. 살.게. 만.든.다.


이것은 포유류의 원리다. 포유류는 유대감이 넘치고 아주 따듯한 가족주의의 존재방식이지만, 그것 자체가 인간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어떠한 따듯한 품을 나갈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따듯한 가슴을 갖고 있어서다.


스스로의 그 가슴의 온기 하나만을 믿고서 인간은 자유를 향해 떠난다.


그리고 여행의 끝에 인간은 알게 된다.


여행길 내내 자신을 지켜주었던 그 가슴의 온기가 이 모든 생명의 온기였고, 자신이 한평생 그것을 가슴에 담아 소중히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포.유.류.는. 가.족.을. 지.키.지.만.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킨.다.


인간을 위해 히어로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존재의 히어로다.


그렇다면 그러한 인간은 누가 지키는가?


히어로가 사람들을 지키니, 이제 히어로가 쓰러질 때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 자식처럼 히어로를 지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일어서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존재하는 것들과 하나되어 그것들을 내 몸처럼 지키고 있던 그 힘이 인간 자신에게 돌아온다.


인간이 모든 것을 지키고 있던 그 힘으로 인간은 스스로 지켜진다.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의. 힘.이. 스.스.로.를. 지.킨.다.


人은 "존재는 스스로 존재한다."라는 우주의 근원적 사실을 담고 있는 상징이다. 존재의 히어로마크다.


인간은 누구나 이 마크를 달고서 존재를 대표한다.


"YES!"라고 말하며, 주저앉아 있던 어느 자리에서도 툭툭 털고 막 일어서려 한다.


다시 직립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해낸 것이다.


모든 풍경 속에 아로새겨지듯 선명하게 우뚝 선 것이 있어 이제 아무런 걱정이 없다.


사람인 자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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