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소년단"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4년작 '위아영(While We're Young)'에서는 한 힙스터의 모습이 묘사된다. 물론 힙스터라고 쓰고 사기꾼이라고 읽어야 한다.
그는 남이 쓴 글이나 남이 만든 음악이 자기 마음에 들면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말한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의 영광으로 만드는 일이 생활이며, 한 편의 연극처럼 자신이 짠 시나리오에 따라 누군가에게 계산적으로 접근해 그가 가진 것을 약탈한 뒤 배신하는 일은 일상이다. 이 힙스터를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대하는 이들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착취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약탈한 이의 앞에서 힙스터는 즐거운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나처럼 해서 성공해요."
그는 이 세상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남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로 보며,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용한 자원을 공급해줄 뿐인 NPC로 본다. 자신이 연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이 모든 것은 자기를 위한 무대라고 간주한다. 그러니 온갖 거짓말과 허구로 자신을 꾸며내고, 그 '가상의 자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계속 사기를 치고 있어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인가가 그에게 마비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것이 게임감각으로 산다는 것이다.
게임감각으로 살 때는 더욱 큰 자극을 어떻게 단시간 내에 획득하는가가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자극이 오지 않으면 뇌가 비명을 지른다.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며 강한 압박감을 경험한다.
뇌는 지금 '자극중독'에 빠진 상태다.
자극이 있을 때만 영(young)한 것처럼 생기가 돌며, 자극이 없으면 인생이 영 아니다.
이것은 만성적인 불감증에 대한 얘기다. 자극중독은 필연적인 불감증을 야기한다.
게임감각에 빠져 자극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무엇인가 마비되어 있는 것 같은' 상태는 이 불감증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들 '자극소년단'이 남들의 것을 훔쳐서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이유는 당연히 이 불감증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훔치는 것이 짜릿한 자극이 된다. 아주 단순하다.
타인을 배신하는 것이 짜릿한 자극이 된다. 매우 단순하다.
충분한 자신의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않고 남의 것을 약탈해 단기간에 이루는 것이 짜릿한 자극이 된다. 정말 단순하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들에 부조리함을 느끼고 이들에게 직접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이가 있으면, 그 화살들 또한 이들에게는 짜릿한 자극이 된다. 어그로는 성공적이다. 이처럼 이들과 엮이는 모든 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자극을 제공해주어야 할 도구적 소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자신이 자극을 획득하는 일에만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이들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안다.
자기가 자극받는 바로 그 포인트로 상대들을 자극하면 된다.
자신의 뇌에 자극이 될 선정적인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는 이가, 그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익숙한 법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천성적인 홍보전문가 내지 마케팅전문가라고 곧잘 생각하곤 한다. 자기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렇게 대중들을 통제할 수 있으니, 자기는 대중들 위에 서있는 존재라고 자임하는 것 또한 이들의 주요한 특징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중독자들의 병동 내에 같은 중독환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중독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구적으로 착취함으로써 더 많은 자극을 얻어내기를 꿈꾼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기를 치는 현실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다.
자극소년단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극을 얻어내는 도구로 타인을 남용하려는 만큼 자신도 반드시 남용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은 자극소년단도 눈치채고 있다.
이들이 하는 최고의 내로남불은 무엇인가?
모든 것은 카피레프트이고, 좋은 것은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면서, 이들은 남의 것을 자기의 영광으로 취하는 일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의 것은 절대로 뺏기려 하지 않는다.
남의 것은 편의대로 다 뺏더라도, 자기의 곳간만은 이를 악물고 철저하게 사수하려고 한다.
남의 자원은 자기의 이득을 위해 제멋대로 편집해 붙여넣으면서, 자기의 소스만은 누구에게도 편집되지 않도록 외부와 단절된 메모리 안에 신주단지처럼 보관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언제라도 착취되고 남용될 위기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들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까닭이다.
자신이 남의 것을 약탈해 남을 고통스럽게 한 만큼, 자신에게도 동일한 방식의 고통이 돌아오게 되리라는 것을 이들은 내심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또한 뇌에게 자극이 된다.
이것이 왜 자극소년단이 한 번 시작한 자극추구의 활동을 결코 멈추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다.
한 번 사기꾼이 평생 사기꾼이 되는 그 이유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이루는 사기행각도 자극이 되지만, 자신이 사기꾼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하나의 필연적 암시와 그로 인한 두려움이 이들에게는 보다 지속적인 자극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즉, 자기가 사기꾼인 한 자극은 끝없이 공급될 수 있다.
그러니 사기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만두면, 엄청난 크기로 밀려올 불감증을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다.
이것이 자극소년단이 갖는 또 하나의 착각이다.
불감증은 자극만을 과잉되게 추구하는 게임감각으로 살고 있었기에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불감증으로부터의 회복은 인위적인 자극재의 단절에 있다. 물론 이것은 마약을 끊는 일과 전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그 초반의 과정이 결코 쉽고 편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중독환자로 사는 일은 더 긴 시간 동안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 끝은 가장 어렵고 힘들다.
중독의 끝은 반드시 자기파멸이다.
불감증의 의미는 무엇인가?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증세가 바로 불감증이다. 그렇게 삶을 부정하고 있으니 파멸은 정말로 필연이다.
현실을 게임처럼 살아가던 이들은 벌써 코인이나 부동산 등의 소재를 통해 이른 파멸의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젊음과 중독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상관관계를 추정해볼 수는 있다.
자극소년단이 자극소년단이 된 이유는 우리가 소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산책을 하기보다는, 그 임무를 '동물의 숲'과 'GTA'에 맡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마주해야 하는 시간을 맞아, 어쩌면 그때 필연적으로 찾아올 외로움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보았을지도 모를 소년들은, 그러한 설렘과 혼란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보다는 다만 가상현실의 '아편굴' 속으로 던져졌다.
자신의 외로움을 자극적인 중독재로 잊으라는 이 방식은, 소주가 게임이라는 소재로 바뀐 것뿐, 기성세대의 그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말했잖은가. 젊음과 중독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다만 인간이 인간이기에 생겨날 수 있는 외로움은 중독과 상관관계에 있다.
자극소년단은 외로워서 남들보다 특별해야 한다는 힙스터를 자칭하는 사기꾼이 되고, 결국 자극중독의 환자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불감증에 대해 다시 말해볼 수 있다.
불감증은 자신이 외로운 줄도 모르는 상태다.
그 의도대로 달성되었다.
자신이 외롭다는 사실을 가장 잊고 싶었던 소년은 외로운 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더 외롭다.
평생 자극과만 씨름하며 외롭게 살다가 소년은 파멸할 운명에 처해있다.
누가 이 운명을 돌이킬 것인가?
소년이여, 대체 누가 이 운명을 돌이킬 것인가?
당신이다.
바로 당신이 하는 것이다.
당신이 이 모든 것을 돌이켜 스스로를 춥고 외로운 곳으로부터 건져내는 것이다. 빛도 들지 않는 가상현실의 아편굴 속으로 따듯한 손을 내밀어 붙잡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햇살과 신록과,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관대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하자.
인간의 외로움을 대화하며, 인간을 알아가고, 인간을 발견하며, 인간으로 무르익어가자.
당신의 외로움은 스마트폰 밖에서는 그리움이라고 불린다.
당신이 인간을 그리워했듯이, 인간도 당신을 그리워했다.
그러니 우리는 대화하자. 더 많이. 더 자주.
대화인간단을 창단해보자.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소년이었고, 그 의미였다.
소년은 '대화하는 영혼'이다.
우리가 소년을 잊은 자리에서 우리는 대화도 잃었다. 대화의 부재를 채운 것은 자극이고, 불감증이며, 영원한 외로움. 자극소년단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돌이켜보자.
소년이여, 우리는 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