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종교심리학 #11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by 깨닫는마음씨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1980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이 곡은 지금 들어도 무척이나 세련되었다. 심지어 노랫말이 담아내고 있는 그 심정은 시대를 초월하며, 그 의미는 불후하다.


이 곡은 통째로가 하나의 만남이자 헤어짐인 동시에, 또한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의 연쇄로 이루어지는 '삶'이라고 하는 것의 속성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으며, 그 삶 앞에 선 인간의 마음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우리가 삶을 조우하게 될 때는 하나의 공백을 경험할 때다.


'거기(there)'를 꽉 채우고 있던 것들의 자리가 공백으로 남겨질 때, 불현듯 우리는 어떠한 느낌을 감지한다.


이것은 낯설고 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공백으로부터 야기된 공허감과는 다른 것이다. 혹시 공허하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 술과 약과 성애를 채우러 나간다면 아마도 우리는 기회를 잃는 것일지 모른다.


때문에 거기에 있는 존재(there-being)는 다만 성실하게 공백의 무대와 공백의 객석을 응시한다.


그러자 느낌들이 선명하게 형상을 갖춘다.


그는 지금 보고 있다. 느끼고 있다.


>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 채

>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부재 속에서 동시에 존재를 느끼고 있다.


부재하기에 오히려 존재함을 감각하고 있다.


느낌들은 조금 더 선명해지며, 인간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 자신이 주인공이 된듯 착각도 하지만

>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환한 빛 아래서 노래하고, 춤추고, 울고, 웃으며, 뜨겁게도 열심히 살았던 인간이 있었다. 분명하게 있었다.


그는 보고 있고, 느끼고 있다.


인간의 삶이 거기에 다 있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인간이라는 것을 사랑했는지를.


불이 꺼진 무대 위에도, 아무도 없는 객석에도, 그 모습만은 눈에 선해서 잊히지 않는다.


이것은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삶이 사라진 공백이 아니라, 삶의 향기로 가득찬 여백이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이 일이 삶이었다면, 삶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 이게 바로 내가 가득히 사랑한 그것이라네."


연극은 연극이 끝남으로써 완성된다.


만남도 헤어짐으로써 사랑으로 완성된다.


그제서야 사랑인 줄을 알게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지금 자신의 가슴속으로, 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이, 성대하게 밀려들어오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는 부재로도 존재하며, 헤어짐으로도 만난다.


언제나, 모든 것이 끝난 후라도 우리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사랑이 그 사실을 증거한다.


어느 현인이 말한 것처럼, 사라질 것들은 정말로 생생했다.


그게 삶이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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