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를 사용한 지는 2년 정도...?
계좌이체도 간편하고 몇 가지 할인 정책도 마음에 들어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몇 달 전 토스 만보기를 알게 되었다.
진작에 알았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쌓았을 텐데...
어느 날 문득 눈에 띄어 사용해 보았다.
아마도 전부터 전면에 노출시켰을 텐데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또 '에게 겨우 몇 십원...' 하고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1,000보를 걸으면 10원, 5,000보 걸으면 또 10원, 10,000보를 채우면 20원이 적립된다.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총 40원 적립.
가끔 잊어버리고 날리는 날도 있었지만 대개는 꼬박꼬박 적립을 했다.
그러다가 정해진 체크 포인트를 방문하면 20원씩, 다섯 번까지 적립이 된다는 걸 알았다.
방문포인트 다섯 곳 100원과 만보 걷기 40원을 더해 하루에 최대 140원을 모을 수 있는 것.
진작에 알았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쌓았을 텐데...
한 달이면 4,200원 1년이면 50,400원이다.
살펴보니 집 주변에 포인트 지점이 꽤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 산책, 운동을 겸해서 포인트 지점을 찍고 다녔더랬다.
포인트 지점들은 대부분 동네의 작은 공원이나 보건소, 세무서 같은 관공서다.
처음 방문 포인트를 적립한 곳은 제주도의 대평이라는 마을의 보건소였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밥 먹으러 가다가 발견에서 해보았는데 포인트 지점 근처에 가니 정말 20원이 적립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후로는 틈틈이 위치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적립을 했다.
처음에는 '만보기'라기에 걸어가야만 방문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어떤 방법이든 그 위치에만 도달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다가도 토스를 켰고 지금은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다가도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
한 번은 경의 중앙선을 타고, 파주 운정 근처에 살고 있는 동생네 갈 때였다.
검색을 해보니 이촌, 서빙고 근처에 포인트지점이 있었다.
포인트지점 전에 토스만보기를 켜보았다.
전철이 이동하며 점점 20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위치가 흐트러지더니 엉뚱한 곳을 가리켰다.
경의선을 따라가던 내가 선로를 벗어나 한강 위를 떠가고 있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파이를 껐다 켜보기도 하고 앱 실행도 다시 해보았으나 여전히 내 위치는 한강 위.
치히로도 아니고 열차는 한강 위를 헤매고 있었다.
지하구간을 통과할 때라면 종종 위치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 구간은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지? 왜 이러지? 아까운 내 포인트 20원...'
그렇게 오작동하던 포인트가 제 위치를 찾은 건 용산을 벗어나면서부터.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으로 전파를 교란하거나 하는 보안 방침으로 인해서...
그렇게 날려버린 내 포인트 20원...
초기에는 토스 측과 신경전을 벌이는 기분으로 포인트를 찾아 먹었지만
10원, 20원... 찾아다니다 보니 점점 쪼잔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만보를 걷는 게 쉽지도 않아 폰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팔이 아파 곧 그만두었다. (실제로 자석을 이용한 '그네 타기' 같은, 폰을 흔드는 기구도 팔고 있었다)
몇 번은 알뜰폰 데이터를 다 소진한 것도 모르고 적립에 열중하다가 고작 포인트 100원 때문에 통신비 몇 천 원을 날린 적도 있었고, 애써 모은 포인트를 밤 12시를 넘기는 바람에 적립을 못하고 잠을 설친 적도 있었다.
고작 백여원 때문에 분하고 억울해서 잠을 설치다니...
만보기 포인트에 집착하다 보면 참으로 쪼잔해지는 한편으로 조금 알뜰해지기는 한다.
포인트 자체로도 잘만 모으면 한달에 커피값 한잔 정도는 되고, 그 맛에 다른 소비에서도 은근 가격비교를 하고 발품을 팔게 되었다.
그렇게 잘 적립해 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토스의 만보기 기능이 뒤로 숨겨졌다.
초반에는 메인화면의 아랫단에 위치하던 그것이 지금은 다음 화면으로 옮겨졌다.
내가 너무 포인트를 잘 적립해서 인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된 건가.
아무튼 조금 번거롭더라도 터치 몇 번을 더하는 수고를 하면서 포인트를 쌓고 있다.
그리고 곧 만보기 포인트에 대한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가 떴다.
포인트 모으기가 더 수월해질지, 아니면 더 까다로워 질지 모르겠는데..
어찌 됐든 앞으로도 포인트는 모으겠지.
포인트를 찍으러 다니다가 문득,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저분들 폐지값도 많이 떨어졌다는데 고작 포인트 값 정도만 버시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신문지는 1kg에 100원이 넘지만 박스(골판지)는 70원대.
2kg을 모아야 겨우 만보기포인트 정도.
내가 모은 포인트와 어르신들이 수집한 폐지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데 그게 잘 잡히지 않는다.
결국 정책이 변경되고나서 포인트 적립액이 반토막... 아니, 반의 반의 반토막이 되었다.
만보기로 하루에 최대한 모아봤자 고작 30~40원 정도.
'토스'에 실망하는 한편으로 '기업이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도 따라온다.
그렇다고 '에이~ 치사해서 그깟 포인트...' 하지는 않고 여전히 적립은 하고 있다.
어차피 커피도 잘 마시지 않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