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빠루끼알

포르투 - 꼬임브라 - 파티마

by 외투



빵을 든든히 먹었다.

'있을 때 먹어둬야 해'라는 강박관념은 40여 일간의 까미노에서, 아니 집 떠나면서부터 자동으로 작동되었다.

교대근무라 그런지 엘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상냥하다 못해 여성스럽기까지 했는데.. 그의 친절함에 누런 집이 지금도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숙소를 나와 관광안내소에 가서 스탬프를 받았다.

스탬프도 관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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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앞에 서서 지도를 보며 서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도와줄까요?' 했다.

참 친절한 사람들, '이건 오바야' 에 한표.

다가가기 전에 먼저 다가왔다.

친절이 아니라면 동정일까.. 꾀죄죄한 내 외모가 동정 유발자스럽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걸로 보아 그건 이 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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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까지 왔는데.. 트램이라도 한번 타 볼걸 그랬나?

지나가는 걸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느리지 않고 약간 과격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여전히 트램은 '관람열차'였고 포르투는 놀이공원의 '유럽광장'정도로 다가온다.

'외국인 알바를 많이 도구 해놓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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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다시 포르투에 와볼 수 있을까.

어제 영상쇼가 벌어지던 곳은 차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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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800.jpg?type=w740 포르투의 맥도널드


포르투의 거리를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새기며 천천히 걸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어제 확인했던 대로 꼬임브라행 차편은 많이 있었다.

대도시의 터미널답지 않게 소박한 규모이다. 하긴 도시 전체가 소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소박한 것들이 무지무지 많아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포르투에 더 머물걸 그랬다.

유명하다는 와이너리 투어가 아니더라도 그냥 머물며 시간을 보냈어도 아깝지 않을 도시라는 후회가 지금도 남아있다.


시간에 맞춰 갔기에 5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에 탈 수 있었다.

큰 배낭은 들고 탈 수 없다. 화물칸에.

피스테라에서 싼티아고 갈 때도 그랬지만 화물칸에 배낭을 따로 넣는 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화물칸을 닫을 때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출발한 버스는 강변을 따라 달리다가 다리를 건너 곧 고속도로 같은 길로 접어들었다.


포르토에서 꼬임브라까지는 약 130km.

이 정도 거리라면 걸어서는 5일 정도. 굉장히, 아주 굉장히 먼 거리이지만 버스로는 채 2시간이 안 걸린다.

거리감각도 아직 관성 운동 중.

실은 현대인들이 모두 과속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든 것이 속도전이다.

이렇게 점점 빨 라지다 보면 나중엔 정말 한방에 훅 가버릴 것만 같다.

애써 회복한 본래의 속도에서 조금씩, 다시 미쳐가는 현대의 속도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꼬임브라의 터미널은 우리의 시외버스터미널 같았다.

도시도 적당히 '시외'스러운 모습.

혹시나 하는 마음에 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근처의 소방서로 가보았다.

그런데 소방서에서 잘 수는 없다고 한다. 대신 숙소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소방서에서 자보는 것도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는데.. 할 수 없지.

실망감에 알려준 숙소는 찾아보지도 않고 배낭을 메고 꼬임브라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늘도 걷는다.

시장에서 순대 말린 것 비슷하게 생긴'쵸리소'를 샀다.

적당한 길이의 쵸리소를 가리켰더니 순대처럼 한입 크기로 썰어 종이봉투에 넣어준다.

한 조각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니 짭짤한 게 먹을만했다.

가게는 말린 대구 '바깔라우'를 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두툼하고 커다란 말린 대구가 보기에도 배가 부를 정도로 살이 탄탄하다.

곳곳에 매달린 바깔라우를 보니 스페인에서의 하몽이 떠오른다.

스페인에 하몽이 있다면 포르투갈엔 바깔라우가 있다.

말린 대구 바깔라우는 작두로 잘라준다.

시장 골목 옆 작은 광장에서는 벼룩시장도 열렸다. 벼룩시장은 이따가 둘러보기로 하고 패쓰.

성당 앞에서 '어디로 갈까..' 하고 있는데 사진기를 든 어느 아저씨가 나를 몰래 찍는 것 같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므로 역시 패쓰.

이럴 때면 파파라치나 스토커를 거느린 '스타'라도 된 듯한 기분에 살짝 재밌다.

하긴 이날 꼬임브라의 유일한 동양인이었으니..

음악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로변 한편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두 어르신의 연주가 왠지 처량하고 쓸쓸했다.

구경꾼도 별로 없다. 나처럼 지나가며 눈길 한 번씩 던져주는 게 고작이었다.



어르신들을 지나쳐 좀 더 갔을 때 악기를 세팅하고 있는 젊은이들 주위로 사람들이 꽤 모여있다.

백파이프와 드럼, 그리고 무슨 기타 같은 것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젊은이답게 활기찼지만 조금 상업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화려한 몸짓과 연주로 많은 사람들이 감상을 하며 돈을 기부했다.



좀 더 걸었다.

꼬임브라의.. 유적이라고 해야 하나, 대표적 볼거리는 언덕 위에 있었다.

산동네 같은 마을의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공간에 오래된 대학 건물들이 나온단다.

언덕을 올라 대학가로 가려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역시 먼저 다가온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기아자동차 최고'라고.

그리고 음식 얘기.

이 지역만의 음식인지 포르투갈의 일반적인 점심메뉴인지, 어쨌든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점심은 그걸로 해볼까' 하고 다시 물어 이름을 메모했다.

언덕 위 정상에 오르자 과연 대학단지가 나타났다.

방학기간이라서 학생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오히려 고즈넉한 게 좋았다.

방학 맞은 캠퍼스.

햇살도 따땃한 게.. 남쪽으로 왔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되었다.

하긴 5일 치 거리를 두 시간 만에 남쪽으로 내려와 버렸으니.. 그만큼 더 따뜻해졌다면 과장이려나.

12월 중순이었지만 아이들은 반바지 차림, 나도 재킷을 벗어 넣고 배낭을 광장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두고 한적한 캠퍼스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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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지붕이 예쁘다.

잠시 후 광장 안이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대학생은 없었지만.. 꼬맹이 스카웃들이 소풍을 왔나 보다.

보물 찾기를 하는지 건물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니며 무슨 쪽지 같은 것을 찾아냈다.

인솔교사가 내게 손짓하길래 다가갔더니 '사진사' 좀 해달라며 사진기를 건넸다.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를 부르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건네는 게 여간 정겨운 게 아니다.

혹시 동양인인 내게 사진을 찍게 함으로 해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

어쨌든 나도 싫지는 않았다.

우노, 도스.. 찰칵! 한번 찍으면 정 없으니 "원 모어 타임.." 우노, 도스.. 찰칵!


IMG_1831.jpg?type=w740 단체사진을 찍고 난후 선생님을 일으켜주는 아이들


2011-12-17_14.30.jpg?type=w740 그 중 가장 개구쟁이같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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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강의실도 둘러보고.. 유적지 느낌의 대학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존스 박사가 고고학 강의를 핑계로 남의 나라 유적 도굴 방법을 알려준다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그래도 인디아나 존스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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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때문에 들어간 학교 건물이었는데 텅 비어 쓸쓸한 느낌이었다.

경비 아저씨와의 '눈으로 말해요'타임.

'들어가 봐도 돼요?'

'들어가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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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850.jpg?type=w740 몇 마리?


꼬임브라의 대학가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와는 반대방향으로.

산행 도원점 회귀 산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내려가기는 싫다.

식당을 찾아 기웃거리며 골목을 따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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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대학가이지만 그래도 몇몇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하숙촌 느낌.

그래도 문을 연 식당들이 있었다.

아까 '기아자동차 최고'아저씨가 알려준 메뉴가 있나 보니.. 있다.

그래서 시켰는데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감자튀김 등이 니글니글 느끼한 소스에 흠뻑 적셔져 나왔다.

으~ 느끼해. 그래서 콜라가 따라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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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옆에는 멋져 보이는 공원이 있다.

아니, 공원 옆에 식당이...

여기도 지붕이 예쁘네.

공원이라기보다는 커다란 정원 같다.

느끼함도 가라앉힐 겸 정원을 산책하다가 오늘 이곳 꼬임브라에서 머물지 않고 파티마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장터 근처로 오니 아코디언 어르신들이 자리를 조금 옮겨 연주를 하고 있었다.

적선도 아닌 관람료도 아닌 애매한 동전 한 닢.


벼룩시장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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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건질만한 게 있나 하고 둘러보았는데 여기 벼룩시장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학동 같아.. 적당히 오래된 물건들과 싸구려 그림 같은 물건들만 가득했다.

어차피 하루 자면 내일 바로 파티마에 갈 예정이었기에 차라리 오늘 파티마로 가서 무료 숙소를 찾을 생각에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이번에는 기차역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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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 비슷한 노래를 부르던 밴드.

조금 서툴렀지만 신선하고 풋풋했다.

멤버 하나가 화장실이 급했는지 연주 도중 자리에서 이탈하기도..

오늘 세 팀의 거리 연주자들을 보았는데 세 팀의 연령대가 각각 달랐다.

골목 한편의 아코디언 어르신 듀엣과 메인스트리트의 젊은 밴드, 그리고 기차역의 풋풋한 신출내기 그룹까지.

풋내기 그룹이 연주를 계속 이어간다면 나중엔 메인스트리트로 진출하고 그러다가 골목 한편에서 쓸쓸하게 잊혀가는 건 아닐는지..

꼬임브라는 대학도시이면서 음악도시로 기억에 남아있다.

혹시... 음대 도시?

그런데 저 빨간 망토의 보컬 뒤로 보이는 아저씨.

계속 나 몰래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심증만 갖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파파라치에다가 스토커까지.

눈이 마주쳤다. 딱 걸렸어.

'초상권 침해 현행범으로 체포해버릴까..' 하는데 다가오더니 몰래 사진을 찍었다고 자수를 한다.

직업은 의사인데 취미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를 운영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뭐 안될 것도 없지.

이메일과 블로그 주소를 나누고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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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가는 길에 강에서 조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조정을 보면.. 무한도전이 생각난다.


파티마 가는 차편은 수시로 있어서 곧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1시간여를 달려 파티마에 도착했을 때는 8시.

이미 날은 저물었고 거리에 인적은 없었다.

파티마의 대성당은 내린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기념품점에 들어가 물어보니 바로 옆이 파티마 대성당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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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오의 사진 속에서 보았던 성당이 보였다.

서둘러 숙소를 찾아야겠다.

사진에 보이는 성당 왼편으로 돌아가면 뒤에 숙소가 있다고 했는데, 돌아가 보니 알베르게가 있었다.

'이건가?..' 다가갔더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있고, 안내판에는 '예약을 해야..' 어쩌고 쓰여 있다.

발레리오의 말로는 알베르게가 아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보련만 어두워진 성당 주변에 사람도 없다.

'어쩌나..' 조급한 마음에 마을을 돌아다녀보았지만 호스텔도 못 찾겠다.

다시 성당 근처를 둘러보는데 마침 경비원 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쌀라빠루끼알.. 쌀라빠루끼알.."

무슨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어색한 발음으로 얘기했지만 못 알아들었다.

"처치.. 룸.. 처치.. 룸.."

겨우 설명을 했더니 성당 뒤편으로 가면 작은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 서우 회전, 그리고 좌회전을 하면 낮은 담의 건물이 있고 벨을 누르면 사람이 나올 거라고 했다.

다행이다.

무료 숙소 때문에 온 파티마였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어서.

경비아저씨의 말대로 사진 속의 성당 뒤로 조금 가다 보면 로터리가 나왔고, 거기서 우회전, 그리고 좌회전을 하니 낮은 담의 건물이 나왔다.

문이 열려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벨을 눌러보았다.

응답이 없길래 천천히 들어갔더니 안쪽의 건물에서 사람이 나왔다.

늦은 시간에 찾아온 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여자분이 그리 친절하지도 그리 불친절하지도 않게 숙소를 안내해주었다.

크레덴시알을 보여주니 스탬프를 찍어주고 시설을 안내해주고는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는 기부도 하지 않았다.

발레리오가 무료 숙소라고 해서 숙박비를 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또 관리인도 기부를 요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기부에 대한 안내나 기부함도 보이지 않았다.

2층의 숙소에는 침대가 4, 5개쯤 있었고 난방은 안되었지만 온수는 나왔다.

물론 오늘도 혼자다.


숙소도 찾았겠다 긴장이 풀리니.. 아 배고파.

꼬임브라에서의 느끼한 점심 뒤로 먹은 것이라고는 쵸리 소 몇 조각뿐이었다.

짐도 풀지 않고 배낭만 팽개쳐 두고 나와 길 건너 까페로 가서 샌드위치와 맥주 한 병으로 허기를 달랬다.

tv에서는 fc 포르투의 축구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여기는 실내에서 들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면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는 사람들 틈에서 까페 꼰 레체를 주문할 용기가 없어 잘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시켰다.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으며 축구경기를 보았다.

와이파이가 사용 가능해 다음 행선지인 리스보아의 숙소 정보를 검색했다.

'음.. 바이사사이두로 가서.. ' 호스텔 정보를 보니 '리빙 라운지 호스텔'평이 좋다.

하루 18유로로 조금 비쌌지만 남은 경비를 보니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침대 머리맡 스탠드를 켜놓으니 따뜻했다.

따뜻했지만 너무 밝아 빨래로 스탠드를 덮어 조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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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조명이 잠이 잘 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혼자서 횅하니 넓은 공간에서 어둡게 자는 것은 조금 무서웠다.

스탠드의 온기에 빨래도 잘 마를 것 같았다.

너무 건조하면 감기에 걸릴까 봐 항상 수건을 적셔 머리맡에 놓고 잤었는데, 습도 조절에도 도움이 되고.

오늘은 숙소를 기부받았다.


이곳에서, 발레리오가 알려주었던 '쌀라빠루끼알'이라는 단어는 비스무리한 것도 못 찾았다.

도대체 '쌀라빠루끼알'이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혹시 주문 아냐?

'너의 가는 길에 축복이 있기를..' 뭐 이런 종류의.

어차피 발레리오 자체로 축복이었었다.

발레리오는 쌀라빠루끼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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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퇴실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관리자도 더 안쪽에 있는 별도의 건물에 있었으며 편히 쉬고 알아서 정리하고 나가라고 했었다.

허리가 뻐근해 더이상 누워있지 못할 상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씻고 짐을 챙겨 배낭에 넣는데 하나가 걸린다.

뤼노의 권유로 뿌엔따 라 레이나에서 마지못해 구입했던 7.5유로짜리 비니루몸빼.

갈리시아지역이후로 줄곧 비를 몰고 다녔는데 어제부터 날씨가 쾌청해서 이제는 정말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고 기온도 낮지 않아 방수바지는 더이상 필요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게 기부라고 해야하나.. 버렸다고해야 하는건지 애매하다.

잘 개어서 옷장아래 서랍에 넣어두었다.

입지도 않을걸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더니 까미노가 끝난 마당에서야 버리듯 기부를 했다.

누군가 파티마를 지나 싼티아고로 향하는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단, 방수는 확실하지만 모양새가 좋지않다.

아니, 레온에서 고온건조시켜버려서 방수기능도 불확실하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며..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노을을 배경으로 새떼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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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첨탑도 아침햇빛에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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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내가 머문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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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이 사무실이고 2층에 침실과 화장실이 있다.

발레리오가 알려주었던 '쌀라빠루끼알'이라는 단어는 비스무리한 것도 못찾겠다.

도대체 '쌀라빠루끼알'이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침으로 먹을 것을 사려고 동네를 둘러보았다.

어제는 밤이라 미처 몰랐었는데 평범한 동네라기보다는 관광지 느낌이 짙었다.

곳곳에 기념품가게가 늘어서 있다.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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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늦었기에 다음 미사를 구경하려고 기다리며 광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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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를 밝히는 사람들.

무릎으로 걸으며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도 보인다.

관광객들도 있지만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성모상이 있는 야외 성당에서도 미사가 열렸다.

예전에 누군가 이곳에서 성모마리아가 나타난것을 보았다고 했는데.. 믿어지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거대한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싼티아고는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고, 이곳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곳이다.

한쪽은 무덤이고 한쪽은 죽은자가 나타난 곳이라니.. 둘다 성지이면서 성격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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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난후 들어가본 성당

대성당에서 미사가 끝나면 마리아상이 있는 야외 성당에서 다른 미사가 열렸다.

마리아상 주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 가까이서 보기는 힘들다.

미리 알았다면 한적했던 어젯밤에 혼자서 감상해 볼 걸 그랬다.

그랬으면 혹시 다시 마리아가 내 앞에 나타났을지도 모를 일인데..

야외성당에서 미사가 끝나자 잠시후 종소리가 넓은 광장가득 우렁차게 울렸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인 줄알았는데 대성당의 종탑에 걸린 종들이 흔들린다. 

우리나라의 종소리에 비해 조금 높은 톤이라 시끄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쨌든 넓은 광장에서 듣는, 조금 요란하지만 까미노를 마치는 종소리로 들었다.

이제 나의 '까미노'는 종쳤다.


사람들이 파티마 대성당의 맞은편 건물로 가길래 따라 갔더니 그곳도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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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이곳에서 열린 미사에 참여했는데 기도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합창이 아닌 여자 혼자 부르는 노랫소리만 기억에 남아있다.

노래가 숭고하면서도 편안하고 신비하기까지 했다.

맑고 고운.. 천상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과 잘 어울릴 듯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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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올려다본 예수상에 마치 눈물처럼 초승달이 달려있었다.. 는 느낌의 앵글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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