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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May 24. 2017

그냥 받아들이기

즐겨라, 오늘을

1.


매일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본다. 이마가 좀 훤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그래 나도 꽤나 괜찮은 놈이야. 스킨 로션을 바르고 상쾌한 기분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구겨진 옷매무새를 보려 거울을 보는데 뒤쪽 거울로 비친 내 모습이 뭔가 휑하다. 휑한 머리. 속알머리. 뒷머리. 차마 뒤를 볼 생각을 못했다. 내 뒤를 돌아본 사람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웃던지 말던지였지만 내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고개를 푹 숙이지마 말걸. 그래도 적어도 가릴려고 노력은 할 걸.


2.


나는 멋진 사랑을 했었다고 생각을 했다. 약간 구질구질한 면도 있었지만 그녀를 위해서 한 일이니 그 정도면 용서해 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현란한 미사여구, 센스 넘치는 선물, 예의 바른 매너.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일들도 부족했던 지점, 유치했던 순간들이 생각나 이불을 걷어찬다. 왜 그랬을까.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렇게 질투하고도 내 곁에 있길 바란걸까? 나는 결국 파국으로 갔을 뿐인데.


3.


다시 시작한다면. 지금의 나로 다시 시작한다면 나는 나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그 힘들었을 때를 넘어가기 위해 나는 나를 가식적으로 숨기기만 할거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 파국을 맞이하겠지. 결국 그녀와 나는 어려웠던 거다. 그게 운명이고 그걸 인정해야 한다. 적어도 그녀가 편하려면 내가 놓아줘야 한다


4.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적어도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다른 장애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즐겁게 함께 일을 하기만 했으면. 아니 누구보다도 더 먼저 그녀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은 정말 간절하다.


5.


그렇다고 지금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약간의 탈모인이 되었다고 나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간절할 뿐이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만족은 늘 충분하다. 바라는 것은 많지만 이뤄지는 건 항상 적은게 인생 아니었던가? 그렇게 후회하고 애닯다가도 행복한 순간이 오면 싸그리 다 잊어버릴테니, 그냥 현재를 즐겨야 겠다. CARF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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