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 The Golden Circle (2017)
누가 악당인지 알려면 스포일러는 어쩔 수 없음. 극장에서 하는데.. 안 보신 분은 넘어가심이.
이 영화를 보면서 악당에 대해서 생각했다. 분명 주인공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내내 뇌리에서 기억되는 사람으로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따라 주인공보다 더 뜨는 경우도, 영화가 살아나기도 하는 중요한 악당. 굳이 이 영화를 보고 악당을 생각한 건, 2편이 1편보다 못한 건 바로 그 악당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줄리안 무어. 2015 타임지가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한 인물이다. 유명한 상들도 많이 받은 실력파 연기자이다. 그렇기에 실은 나는 잘 보지 않는 배우 중에 하나이다. (에이 창피해)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래도 본 최근작이 에볼루션(2001)이더라. 16년 전이었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생명체가 나오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희한한 코믹 영화. 뭐, 어쨌든. 헝거게임에서도 모습을 비친 듯 한데 그 때의 역할과 지금의 역할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1편의 악당인 사무엘 L 잭슨은 이런 영화에 특화된 타입이라고나 할까? 액션영화에도 자주 나오고 어벤져스에나 나왔던 근엄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의 발렌타인을 보여줘서 신선했었다. 줄리안 무어에게 이런 신선함을 기대했겠지만, 비아냥이라던지 침착함, 액션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는지. 잔인함으로 그것을 커버하려 했겠지만 그 햄버그 스테이크는 신선하지는 않았다.
1편에서 보여주었던 교회에서의 격투신 처럼 인상적인 액션신들이 중반부와 후반부에 나온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하나의 장면으로 빠르게, 느리게 호흡하는 장면들은 역시나 즐겁다. 그게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기에 진부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3편에 대한 기대는 없겠지. 그 부분만큼은 킹스맨을 보기에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취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위치 추적기를 심는 그 부분만큼은 동의하지 못하겠다. 섹시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고 긴장감도 없었다. 그런 방면은 역시 오스틴 파워를 따라 갈 수가 없지. 그 영화에서 나올 만한 이런 장면이 여기에서 들어가다니 왠지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고나 할까? 차라리 공주가 세상을 구하면 또 해준다는 이야기가 더 멋지다!
등장 인물들이 나열되고 그냥 소비되는 것 같아 참 아쉽다. 캣우먼이었던 할 벨리를 이런 식으로 쓰다니 감독이 미친 거 아냐? 채닝 데이텀은 초반부 반짝이다가 내내 얼려있기만 한다. 게다가 콜린 퍼스는 왜 살렸는지. 그가 굳이 2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갈 필요가 있었는지. (나비는 왜 자꾸 나타나는 거야? 쓸데없이) 그 때문에 에그시는 다시 철부지가 되었고 1편의 반복이 되었다. 해리가 없을 땐 뭐든지 혼자서 해 내던 에그시가 다시 해리를 기대야 한다. 그런데 이게 2편이라고?
다시 악당 이야기를 하자면. 페퍼는 매력적이지 않다. 믹서기에 갈기나 하고. 그것도 자기가 한 것도 아니라 남에게 시키기만 한다. 잘 하는 건? 아이패드로 로봇 개 조정하는 것 정도? 액션없이 주사기 하나로 가 버린 그녀에 대한 임팩트는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또 다른 악당을 넣었던 건가?
그나마 그 악당이 좀 이야기를 살렸다. (이름을 얘기하면 너무나 뻔해서) 왜 그럴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과거가 미리 나왔으면 그가 악당인게 들켰을까? 공감할 시간도 없이 막판에 '내가 이러는 거, 이해해 줘'라고 말하는 듯 하여 급하기만 했다. 설익은 밥을 먹으면 확실히 체한다. 일말의 동정심도 얻지 못하는 그런 악당이라니. 매력없다.
차라리 대통령이 좀 더 설득력 있더라. 헤로인이나 코카인을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려고 집중을 잘 하려고 한다는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1인이라, 그렇게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수요자가 없으니 공급자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경제학적으로 무엇이 틀렸단 말인가? (이런, 진정한 악당은 결국 나였던가!) 아마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치료용 마약이 일부 인정되고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정부가 있어 나의 인식과는 좀 틀릴지도 모르겠다. 결국 중독성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겠지. 결국 악(마약)을 제거하기 위해 악(살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으로써 대응한다는 점이 많이 불편하긴 하다. 그렇다고 마약을 합법화하는 것도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정의가 승리할 게 뻔하니 결론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건지.
B급으로 갈거면 그냥 B급으로 가시길
메이저가 되지 못할 바에야 그냥 B급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쩜 이미 킹스맨은 B급인데 내가 괜히 과대평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설픈 패러디, 오마쥬, 자기 복제 하지 말고 차라리 좀 더 뻔뻔하게 가시길. 잔인하다는 것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지 쓸데없이 쥐어 짜고 갈아 엎고 동강 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나저나 멀린이 없으니 킹스맨은 어찌되려는지. 3편에서 폭파된 조각조각을 이어 이어서 최신식 세포활성화 술로 이어서 재생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이런 영화를 보면 생각조차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버린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