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재미

뜻밖의 Q, 2018, MBC

by 오랜벗

독이 든 성배이다. 무한도전 다음 자리란.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와도 잘 될 수 없다. 늘 비교당하니까. 그래서 그들에 대한 비난이 조금은 과도하게 느껴진다. 재미있냐 없냐를 따지기 보다, 늘 '무한도전'에 비해서 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무한도전의 그 도전정신과 이 뜻밖의 Q에서의 스튜디오 정신이 다르다는 말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개척하는 사람들은 마음이야 비슷비슷한거다. 결국은 역량의 차이이고 트렌드의 차이이고 타이밍의 문제인거지. 이런 게 그들을 까는 건지 변호하는 건지 애매하긴 하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 않는가? 브레인 서바이버가 한 때 무지 유행이었고, 한 때 세바퀴도 유행이었다. tvn에서 하는 문제적 남자도 나름 재미있지 않는가? 음악과 퀴즈라는 건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고 본다.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그런데 그게 정말로 안 좋은 자리에 들어가 버린게 아쉬울 뿐이지.


이모티콘을 이용한 노래 맞추기는 나름 신선했다. 몇 주 계속 되니까 식상하다고 하는데, 뭐 나는 재미있다. (이건 지극히 개취일 거다. 퀴즈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나의 특성상!) 시청자가 내는 문제라는데 다들 기발하다. 대신 날로 먹으려 한다는 생각도 쬐끔 들었다. 그럴거면 그 시청자를 직원으로 써야 하는 거 아냐? 라는 말이 (딘딘이 했었나? 생각은 안나지만..) 귀에 와서 박히더라.


뚜아뚜지 코너는 아이들의 개인기로 띄워보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그치만 아쉽게도 그닥 대단하진 않은 것 같다. 이건 잭블랙 형님이 워낙 대단했던 걸로. (이 코너가 생긴 것도 알고 보면 무한도전 덕분이군) 최근에는 두 노래를 섞어서 들려주었는데 이것도 쉽게 맞춰 버리니 제작진이 고민꽤나 할 것 같다. 문제의 난이도가 더 이상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아이들도 그냥 아이다웠으면 좋겠다. 그냥 유튜브에서 볼 사람만 보는 걸로.


칵스는 참 노래 잘 한다. 여러 노래들을 섞어 오느라 고생했겠더라. 그런데 굳이, 이걸, 왜, 여기서 할까? 쟁반노래방도 아닌데. 다양한 노래를 들어보는 건 좋았다. 아니 오히려 그걸 더 길게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그에 비해선 그 과정이 주는 재미가 좀 덜했던 건 tvn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은 그 프로그램도 아주 좋아한다. 그건 나중에.


이렇게 적고 나서 보니 아쉬운 것 투성이다. 실은 1회 보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래 이게 먹힐리 없지. 그래도 가끔 보는 건 나도 모르는 습관때문이 아닌지.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틀어 두었던 mbc에서 이걸 하기 때문에 나의 생활 BGM으로 그냥 보았다. 그러다 보니 뜻밖의 재미가 있더라.


유세윤이 참 대단한 개그맨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프로그램을 맛깔나게 살리더라. 말장난이긴 하지만 '기'와 '한복'을 가지고 여러 노래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웃었다. 딘딘도 잘 하더라. 그리고, 데프콘. 쟁반노래방이 분명 재미있는 포맷은 아니었는데, 데프콘이 들어가고 나서는 훨씬 흥이 넘쳤다. 역시나 어떤 포맷이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거기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1박 2일 하면서 완전히 올라온 느낌이다.


결국 뜻밖의 Q는 게스트들을 좀 더 잘 짜야 하는게 아닌지. 라디오 스타처럼 말로만 먹고사려면 고정 게스트들의 뛰어난 활약상이 필요한데 이수근은 MC보다는 유세윤처럼 필드(?)에서 하는 게 더 좋아보이더라. 그런 이수근을 잡아주는 강호동 같은 캐릭터가 있으면 더 재미있겠는데, 그게 참 어렵다. 어쩌면 기존 포멧에 익숙한 나의 착각일 수도 있고.


사람들은 갈수록 핵노잼이라고 하지만, 나는 갈수록 더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옥상달빛의 노래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갖춰주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고, 이번 기회에 인디그룹들도 소개해 주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 꼭 유명한 노래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뜻밖의 재미라는 건 이런 데서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는 건 역시나 개취)


이러나 저러나 떨어지는 시청율을 확보하려면 무언가의 임팩트가 필요한 건 확실하다. 시청자들이 과연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글쎄.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기댈 거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한 꼭지를 맡겨보는 건 어떨지. 마치 세모방처럼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세모방 왜 다시 안 할까?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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