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할까요? SBS (2018)
내가 나를 살리는 방법은 없지만, 내가 나를 죽이는 방법은 있다. 그러려면 잘 죽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건 자살이라는 것과는 틀리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멋지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게 존엄사라고 하는 가 보다.
처음에는 수위 높은 대화때문에 키득키득 대면서 보게 되었는데, 점점 두 남여주인공의 연기와 대사가 귀에 들어오더라. 간결하지만 함축성있는. 그리고 그 이면에 보이는 다양한 각자의 사정.
남자가 선택한 존엄사. 처음에는 존엄사가 편안하게 자살하는 방법으로 이해했었다. 그런데 검색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적으로 존엄사를 허용한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연명치료 중단.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하지 않은 권리를 환자에게 선택하도록 한다는 건데 환자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에 대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나의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때가 많았으므로.
생의 마지막을 정리한다는 건 생을 잘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일거다. 그래서 남자는 자신의 가장 무거웠던 짐을 그런 방법으로 내려놓을 생각을 했고, 그 이후 자신도 존중받으며 떠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많으므로,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도 행복할거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지금은 힘들겠지만, 슬픔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슬픔이라는 게 비교가 가당하기나 하겠나 만은.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프랑수와즈 사강
아마도 마약을 복용해서 섰던 재판에서 했던 말일거다. 지독한 자기에 대한 변명이겠지만, 묘하게도 매력적인 말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라니. 아마도 그녀는 '나'의 존재가 어떤 '타인'과도 관계가 없다고 믿었겠지. 그만큼 외로운 삶을 살았겠지.
저 말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때는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없을 때가 아니었을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타인이 없으니 내가 영향을 끼치는 타인도 없다고 생각한게 아닐지. 그래서 남자는 재판의 증인으로 서서 자신과 현실을 이어주는 여자의 관계를 정리하고 스스로를 파괴, 아니 정리하러 떠나려는 게 아닌지. 그 방법이야 말로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여겨주는 방법이라고 믿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