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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장 소영 :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by 올드한

“더 알아야 겠어요. 그때 다급히 말을 끊으셨던 ‘저쪽’ 이라는 곳을요”

대단한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디에 투신한다는 정도는 알고 살아왔다.

극단적인 예지만 ‘매국’의 용도로 쓰일 수는 없지 않은가.


“몰라 정확히는 나도. 하지만 이미 자네에 대해 적잖이 알고 있더라고”


“최소한 그 단체 아니 그 회사의 이름 정도도 모르세요?”


“그건 알고 있어. ‘파이오니어’ 그래 파이오니어 “



유치하고 구식이군 ‘선구자’라니 요즘 시대에. 80년대 가전제품에나 어울릴 이름을 촌스럽게...

요즘은 일일이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도통 알 수 없는 것으로 명명하는 것이 대세인데.

가령 AIAS ( Artificial Intelligence Aided Semi conductor ) 라던지 자동차로 출시되기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Santa Fe같은 미국 남부의 휴양지 이름 같은 것으로.



“우리도 이미 알아 봤어. 그 정도를 안했을까. 유서 깊은 회사야 지금이 2026년이니 벌써 42년이나 된 회사야. 무얼 걱정하는지 짐작이 가네만

그냥 토요타, 아식스, 유니클로 같이 편하게 생각해. 에이 아무 문제 없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에 내 왼쪽 발가락 하나를 걸지”


토요타, 아식스, 유니클로 라고 내가 마냥 편한 줄 아나?


“방금 그 말씀 자신 있으세요? 그리고 그 발가락 유머는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의 양말 속 지저분한 발가락이 떠오르지 않게 급히 다음 대화를 찾았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서 그 맡은 바 임무를 하게 되나요, 아니면 좀 더 북적이는 곳으로 가게 되나요?”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여기서 딱히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없을 뿐더러 여기 출신도 아니고.


“일단, 여기로 출근하게. 우선의 업무는, 임무가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요가 수업을 좀 맡아 주게나”




팬에 기름을 먼저 두르고 대파와 고춧가루를 볶아 파기름을 만든 후 생수 500ml를 넣고 생수 한 병을 더 따서 50ml를 또 부었다.

물이 끓을 때를 기다렸다가 면을 넣고, 면을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공기를 쐬어주었다.

계란은 넣지 않는다.

일생의 꿈이 있다면 누군가가 들고 오는 밥상을 받아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또 했다.


어제 만들어둔 고사리 나물을 조금 덜어 상 위에 올렸다.

고사리 나물을 상에 올려 놓고 보니 일생의 꿈에 대한 생각이 잠시 접혔다.

좋아하는 반찬이다.


그러나 이 조그만 행복이 계속될 지 의문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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