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장 소영 : 두 가지 문제
재수 끝에 합격한 임용고시. 대기 발령 1 년.
남들보다 2년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SNS나 TV 시청에 시간을 내어 주지 않고 살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잘난 선후배 동기들의 일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 였기도 하고. 더구나 부산의 어느 특수 목적의 남자 공업고등학교에서 코딩 과목을 맡아 공부할 것이 많았다. 국어나 수학 윤리 과목처럼 한 번 공부해 놓은 지식을 영원히 써 먹을 수 있는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댓가. 취업이 잘 될 것이라는 그 때의 영리한 선택은 교직에서는 오히려 진땀 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성인을 향해가는 17 ~ 19세의 남학생들, 특히 자신들의 미래에 상서로운 길조가 있을 거라 가히 생각하지 않는 특수공업고등학생들에게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같은 것은,
“지금 보이저호가 명왕성 근처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도의 소식일지도 모른다.
이런 일반화가 폭력적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업시간 엎드려 자고,
내 일반화가 뭔가를 때려 부수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 연령대의 여자선생이라면 더욱. 아니 초로의 여자 선생님들이라도.
퇴근 길, 요가 학원에 들렀다.
그날 이후 꼭 4일이 흘렀고 그동안 방과 후 학원에는 가지 않았었다.
”여어~ 박선생, 마침 오셨구만. 그래 결정은 하셨어? 안 그래도 며칠 여기로 퇴근하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못 믿어서가 아니라 무슨 사고라도 났다 걱정돼서”
못 믿어서겠지. 걱정은 싸매두시고. 내 걱정은 내가 할 테니.
“좋은 소식은 없고, 안 좋은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얘기할까요?”
“그때는 몰랐는데 말이지… 그 유머 감각 내 취향이야. 하하”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차 후 세가지가 될 수도 있고 네 가지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 우선 두 가지로 추렸다.
“본업이 있는데, 언제나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본업을 때려치우고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보수가 일단 필요합니다”
이 말을 들은 원장은 깍지를 끼고 깍지를 낀 두 손으로 자신의 코를 조심스럽게 밀어 올렸다.
“그건 생각하고 있었어. 본업의 무대를 여기로 옮기면 되니까. 근데 현재의 본업이 뭔지 물어 봐도 될까?”
“고등학교 교사에요.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어요”
원장은 놀랐다는 듯이 입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흥미는 없는데 흥미 있다고 보이게끔 하는 하찮은 연기를 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연기가 늘지 않는 부류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 또 하나의 문제는?”